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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피·땀·눈물 위에 얹은 ‘허술한 숟가락’ [함상범의 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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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이 열리고 있다. 2026.03.2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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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정치권은 제발 K팝 연예계에서 한 발 물러나 주시길.”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두고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건넨 찬사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달린 일침이다. 국가원수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긍정적 덕담에 대중은 왜 이토록 서늘한 냉소를 보냈을까.

    그 이면에는 K팝을 ‘국위선양’의 도구로만 취급하는 기득권의 1차원적인 잣대와 ‘엔터 감수성’이 결여된 행정 편의주의를 향한 대중의 환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표면적으로 넷플릭스 1위와 외신 찬사를 이끌어낸 성공한 행사다. 행정적으로는 ‘무결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국가 행정력과 K팝 팬덤의 생태계가 엇박자를 내며 남긴 상흔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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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공연…검문검색 받는 결혼식 하객들.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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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뼈아픈 참사 트라우마와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1만 명의 경찰력 동원과 삼엄한 소지품 검사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정부의 기조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경제적 가치나 공연의 미학보다 앞서는 절대적 명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행정력을 투입하는 방식과 디테일에 있다. 26만 명이 올 것이라는 행정 당국의 기계적인 인원 예측은 빗나갔고, 실제 동원 인원은 10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 과도하게 조성된 공포 분위기와 우회 통제로 인해 시민들과 팬덤의 발길이 꺾인 탓이다.

    팬덤만 모이는 자리가 아니란 점에서 이해되긴 하나, 과잉 바리케이드 덕분에 전 세계 최고 그룹이 서는 무대 곳곳에 이빨 빠진 듯 휑한 여백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사람이 BTS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음에도, 안전에 매몰돼 아쉬운 결과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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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을 펼쳐졌다. BTS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6.03.2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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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적으로 관료 사회가 연예계를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강하다. 대중예술계는 “예술에서 노력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란 질문 위에서 처절하게 뼈를 깎는 곳이다. 우두머리가 “밤새워 일하라” 다그치지 않아도 완벽을 기하는 영역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 이를 소비하는 팬덤 역시 아티스트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1g의 숨겨진 단서조차 귀신같이 찾아내는 극강의 예민함을 지녔다.

    단어, 조명, 의상 한 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 섬세한 생태계를 관료들은 ‘통제와 효율’이라는 1차원적 잣대로만 재단했다. 대형 사고가 없었던 건 천만다행이나, 정밀하지 못한 예측으로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팬덤의 문화를 억압한 점에 대해선 뼈아픈 복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속사정과 엇박자는 감지하지 못한 채 대통령이 앞장서 “안전하게 치러 국격을 높였다”며 자화자찬하니 불만이 폭주하는 것이다. 땀과 눈물은 아티스트와 팬들이 흘렸는데, 영광의 트로피는 국가가 들어 올리는 격이다. 과도한 통제로 시민과 팬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이나 도의적 사과 한 줄을 먼저 건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 아니었을까. 정작 무대를 준비한 소속사가 고개 숙여 여론을 수습하니 답답하다는 반발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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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관객들이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을 관람하고 있다. 2026.03.2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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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은 국가에 빚을 진 적이 없다. 과거 아티스트는 ‘딴따라’라 천대받았고, 팬덤은 ‘빠순이’라 조롱당했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막조차 없던 척박한 황무지에서 대중예술을 사랑하는 이들끼리 피눈물을 흘리며 뼈대를 세웠다. 그 각자도생의 헌신이 모여 오늘날 압도적인 글로벌 K팝 시스템을 구축했다.

    K팝의 후광을 소모하고 싶다면, 이 영역의 특수성과 감수성부터 뼈저리게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아티스트와 팬덤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멸시받던 황무지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평소 연예 생태계에는 학습조차 없던 자들이 영광의 순간에만 나타나 맥락 없이 들이미는 가벼운 숟가락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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