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축구에서 선수나 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여전히 골이며 여기에 어시스트 정도가 추가될 뿐이다. 사실 축구 데이터의 과학화·고도화가 그동안 시도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른 종목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다양한 노력이 기울여져왔다. 하지만, 축구가 가지고 있는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데이터화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보편적으로 신뢰하기에는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공격수를 제외하고는 선수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다소 제한적이다. 따라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있어 감독의 역량이 야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적어도 공격수(공격형 미드필더 포함)에 있어서는 골과 어시스트만큼 선수를 평가할 만한 좋은 지표가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각 리그나 나라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은 모두 이 두가지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된 선수들이다.
영국프로축구(EPL)에서 지난 두 시즌과 금년 시즌 현재까지 득점 선두는 손흥민의 팀 동료인 해리 케인이다. 전대미문의 리그 최다 해트트릭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케인이 지금의 추세대로 올 시즌에도 득점왕을 차지한다면 전설적인 골잡이 앙리에 이어 12시즌 만에 득점왕 3연패를 하는 선수가 된다.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EPL의 대세' 맨시티의 핵심 멤버이자 역시 2년 연속 어시스트 1위에 도전하고 있는 케빈 더브라위너도 마찬가지인데, 더브라위너는 소속팀 맨시티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서 조국 벨기에의 전성기를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EPL 말고도 스페인 라리가의 메시와 호날두, 수아레스와 독일 분데스리가 레반도프스키, 프랑스 리그앙의 카바니, 네이마르 등 득점왕 및 도움왕들은 각 리그 최고의 공격수임은 물론 자신들의 모국에서 국가대표팀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이는 네덜란드나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K리그의 경우는 좀 예외인 듯하다.
2013년 이후에 5년간 K리그 득점 및 도움 1위 국내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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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리그 득점 상위권을 외국인 선수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그다지 이상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전방 우수한 국내 공격 자원이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많이 적다는 점은 다소 안타깝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팩트이다.
그렇지만, 이 국내 선수들이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공격수라는 점 또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중 자신이 좋은 활약을 보인 기간에 국가대표로 발탁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지난 5년간 총 8명 총 10회의 득점·도움왕 타이틀 홀더 또는 국내 1위 선수들 중에서 해당 기간 중 꾸준하게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는 김신욱이 거의 유일하다. 이동국, 염기훈, 이승기, 홍철 등도 국가대표로 발탁된 적이 있지만 기회는 한정적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의 주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염기훈은 마지막 최종예선 2경기가 남은 2017년 8월에서야 태극마크를 2년 만에 다시 달았으며, '200골의 레전드' 이동국 또한 이때 2014년 이후 약 3년 만에 합류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들이 득점왕과 도움왕을 차지했던 시기에는 국가대표로서 제대로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2014년 국내 득점 1위이자, 2013년 국내 득점 3위인 이동국은 2014년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정작 국가대표로 재발탁된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였다).
이승기와 홍철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간헐적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지만, 정작 도움왕을 차지했던 2013·2014년 시즌 전후로는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들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다.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누르고, 2016년 득점왕에 오르며 제2 전성기를 구가했던 정조국이나, 2017 시즌 국내 득점·도움 각각 1위인 양동현과 손준호는 리그 최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물론 이들을 대체해 발탁된 선수들 중 일부가 뛰고 있는 유럽 정상급 리그와 K리그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고. 또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감독들이 추구하는 축구스타일에 따라 선발되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자국 리그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기록으로 보여준 선수들이 변변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리그에서의 활약과 국가대표의 활약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으며, 국제 축구계에서도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대표팀이 아닌 리그에만 특화된 선수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K리그에만 유독 그런 선수들이 실제로 많은지는 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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