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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경희대가 아이들에게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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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배 여자 핀위치 사용 선수 남자부 우승

100m 육상서 90m 뛴 선수가 우승한 격

골프에서 유례 찾기 힘든 공정성 훼손

입시철 아이들 상처 받았으나 경희대 무반응

실수 인정 사과해야 진정한 권위 가지게 돼

중앙일보

중고등학교 골프대회 장면. 이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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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골프계가 지난해 7월 열린 경희대 총장배 남녀 중고 골프 대회로 뒤늦게 시끄럽다. 순위에 포함되지 않는 조건으로 참가하는 ‘번외조’에서 뛴 A선수가 1등을 해서다. 경희대 총장배 상위 입상자는 대학 입학에 가산점을 받는다. 입시철을 맞아 일부 참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대회가 공정하지 못했다”, “억울하다”고 항의하고 있다.

우승자인 A선수는 죄가 없다. 참가자격이 있고 정상적으로 참가비를 냈다. “참가신청서도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무국은 참가신청서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경기 시간표에 A선수를 넣지 않았다. 사무국은 항의하는 A선수를 번외조에 넣었다. 그러면서 “번외조에서 뛰지만 성적을 인정해준다”고 약속했다. 문제의 발단이었다.

또 다른 문제도 생겼다. 번외조와 일반 선수조의 핀 위치가 달랐다. 사무국은 “당시 비가 많이 와 골프장 측에서 핀 위치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일반 선수들은 “핀 위치상 번외조 선수들이 확실히 유리했다”고 주장했고, 사무국은 “핀 위치 난이도를 비슷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A선수가 우승자가 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복기해보면 여러 차례 실수가 있었다. 사무국은 참가신청서를 꼼꼼히 챙겨야 했다. “팩스로 받다 보니 누락됐을 수 있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 대학 입시가 걸린 매우 중요한 문제다. 참가비를 냈는데 신청서가 없는 학생이 있다면 수소문해서라도 찾아야 했다. 중고교 등록 선수 수는 얼마 되지 않아 전화 몇 번 돌려보면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안 했다.

A선수가 정규조에서 뛸 수 없었다면 사과하고 돌려보냈어야 한다. 번외조에서라도 뛰어야 했다면 수상에선 빠져야 한다고 명확히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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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총장배 골프대회. [중앙포토]


그러나 경기위원회는 ^첫날 경기가 예선이었고 ^오전, 오후 핀이 달라도 난이도 차이가 별로 없으며 ^프로 대회가 아니고 아마추어 대회임을 감안해 A선수의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세 개의 이유 모두 궁색하다. 예선도 공정해야 하고, 아마추어 대회라고 대충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경희대 총장배는 주말 골퍼들의 친선 라운드가 아니고 엘리트 주니어 선수들의 진지한 챔피언십이다.

핀이 달라도 난이도 차이가 별로 없어 괜찮다는 논리는 그 중 가장 황당하다. 골프에서 핀이나 티잉 그라운드가 다르면 경기 성립이 안 된다. 육상에서 누구는 100m를 뛰고 누구는 90m를 뛴 것과 같다. 공정성이 깨지는 문제라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말도 안 되는 결정이다.

경희대 총장배 경기위원장을 맡은 김동욱씨는 “정확히 하려면 라운드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데 모든 선수를 무효로 하긴 어려웠다”고 했다. 아니다. 경기를 취소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칙대로 번외조에서 뛴 선수의 성적만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

정유라 사건처럼 사무국과 경기위원회가 의도적으로 누구를 봐주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수를 덮으려다 거듭 더 큰 실수가 나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문제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아이들은 상처를 입었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고 사회에 대한 인식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다. 대학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우승한 A선수도 피해자다. 아무런 잘 못이 없는데 동료들 사이에서 부정한 우승자로 취급받아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시니어 골프협회 사무국은 “경기위원회가 결정했다” 하고, 경기위원회는 “사무국에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경희대는 반응이 없다.

대회 주최는 경희대, 주관은 시니어골프협회다. '주최'는 행사를 계획하고 최종 결정을 하며 책임을 진다. '주관'은 행사 집행(실무 처리)을 한다. 실수는 시니어골프협회가 했더라도 책임은 경희대에 있다.

성적 정정은 어렵더라도 아이들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릴 수 있도록 사과는 해야 한다. 또 이런 커다란 실수를 못 본척 뭉개고 버티는 것은 대회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경희대 총장배가 더 큰 권위를 가진 대회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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