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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테니스] 옛 스승이 바라본 정현, "어렸을 때부터 악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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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서울시테니스협회 전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주현상 마포고 감독. [사진=대한테니스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태원 기자] "악바리 근성이 지금의 (정)현이를 만든 겁니다. 승부욕 하나는 정말 타고난 선수예요."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4강에 오른 정현(21, 한체대, 세계 58위)을 두고 옛 스승은 이같이 말했다. 주현상(46) 마포고등학교 테니스부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현은 테니스를 시작할 무렵 키가 아주 작았지만 승부욕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며 정현이 될성부른 떡잎임을 강조했다.

주 감독은 정현이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주니어 데이비스컵(16세부) 대표선수로 발탁해 그를 지도한 옛 스승이다. 또래보다 실력이 출중하고 승부근성이 뛰어난 정현을 눈여겨봤다는 주 감독은 데이비스컵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인도 원정경기에 나섰는데 너무 더워서 (정)현이가 더위를 먹고 몸살 증세를 보였다.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게임에 뛰겠다고 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주니어 시절 정현은 운동을 하지 않는 또래보다도 키가 작았다고 한다. 주 감독은 "사실 (정)현이가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없었다. 하도 키가 크지 않아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에는 모자람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로 진학하더니 쑥쑥 자라 180cm 이상이 됐다. 정신력은 이미 강한 상태였고, 신장이 뒷받침되니 나 자신도 (정)현이가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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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만의 승리 세리머니로 굳어진 '두 팔 벌리기'. [사진=ATP홈페이지]


그러면서 주 감독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정현의 돌풍이 결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꾸준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운이 물론 따랐겠지만 그것을 차치하고라도 경기를 치르면서 서브나 스트로크가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해 11월 넥스트젠 ATP파이널스에서 생애 첫 투어 우승을 거머쥔 이후 자신감이 더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현과 함께 출전해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한 권순우(20 건국대)에 대해서는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권)순우는 마포고등학교에서 직접 지도해 애착이 깊은데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호주오픈과 같은 큰 무대 본선에서 뛴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인지 톡톡히 느꼈을 것"이라며, "(정)현이도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탈락하지 않았나. 중요한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이다. 투어 경험을 쌓고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린다면 분명 대성할 선수"라고 덧붙였다.

26일 로저 페더러(36, 스위스, 세계 2위)와 4강전을 치르는 정현의 승리 가능성을 물었더니 주 감독은 "패할 가능성에 추가 기우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현이도 즈베레프, 조코비치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물리치고 준결승에 오른 것이다. 지금의 기세를 잇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제자의 선전을 기원했다.

정현은 이미 한국 테니스사에 한 획을 그었다. 주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정현의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이 종목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에서 홀대받는 한국 테니스가 앞으로 부흥하면 좋겠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정)현이가 보여주지 않았나. 어린 나이에 아주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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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샌드그렌(미국)과의 8강전에서 정현이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정현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물었다. 주 감독은 "서브다. (정)현이가 백핸드는 좋지만 서브가 외국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세히는 첫 서브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매 경기 평균 70%에 이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현이가 랠리 과정에서 공을 중앙으로 치는 플레이를 하는 게 결코 소극적이라고 볼 수 없다. 꾸준히 사이드라인에 공을 붙이면 좋겠지만 그러면 범실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앙으로 공을 보내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니 분명히 필요한 샷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현과 페더러의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은 한국시각으로 26일 오후 5시 30분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다. 둘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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