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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베트남-우즈벡의 결승, 그래서 '도쿄 가는 길'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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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 한승규가 지난 20일 중국 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아시아선수권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의 방해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은 지난 2014년 초대 대회가 열렸다.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과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이 각각 1959년과 1985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늦은 셈이다. 사실 이 대회의 창설은 하계올림픽과 연관이 깊다. 월드컵과 비슷한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올림픽 예선을 지양하고 유럽이나 남미처럼 단일 장소에서 토너먼트를 통한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지역예선을 치르기 위해 생긴 대회가 바로 U-23 아시아선수권이다.

그러다보니 이 대회의 비중은 강약을 오간다. 2016년 1월 카타르 대회처럼 같은 해 여름에 올리는 하계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경우라면 모든 나라들이 3위 안에 들기 위해 죽기살기로 싸운다. 하지만 2014년이나 올해처럼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해에 벌어지면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 U-19 아시아선수권이나 U-16 아시아선수권처럼 2년마다 벌어지는 연령별 월드컵도 U-23에선 없다. 그냥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로 끝나고 만다.

한국은 올해까지 3회를 맞는 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유일하게 모든 대회 4강에 오른 팀이다. 1~2회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3~4위전으로 밀리긴 했지만 어쨌든 상위 4팀 안에 들었다는 사실은 한국 축구가 아직은 아시아에서 가장 꾸준히 성적을 올리는 팀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과 3~4위전에서 붙는 카타르엔 아크람 아피프 같은 성인 대표 선수들이 여럿 된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이 다수 섞인 ‘김봉길호’의 4강을 너무 폄하할 필요는 없다. 물론 경기 내용은 아쉽고 이 팀의 종착역인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가는 길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나무가 아닌 숲을 볼 때 한국 축구가 U-23 아시아선수권에서 유일하게 3회 연속 4강에 진입했다는 것은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지금의 ‘김봉길호’, 7개월 뒤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2년 뒤 같은 기간 중동 혹은 동남아에서 열릴 2020년 U-23 아시아선수권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연령별 아시아대회를 통해 이 대륙의 축구 평준화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선 강팀과 약팀의 구분이 힘들었다. 베트남이 결승에 오르고 말레이시아가 8강 진출하는 등 동남아 팀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미얀마와 베트남이 각각 2015년과 2017년 U-20 월드컵에 아시아 대표로 나서는 등 이 지역의 축구 수준을 결코 얕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성인 무대에서 아시아 최강인 이란은 이번 대회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일본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에 대패했다. 한국도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서 크게 졌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말레이시아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하는 등 아시아의 축구 터줏대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호주도 예전 같지 않다. 유소년 축구에 투자하는 국가들은 오름세가 확연하고 기존 강호들은 정체상태다.

2년 뒤 이 대회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다. 올림픽은 한국 입장에선 월드컵 만큼 놓칠 수 없는 대회다. 감독부터 멤버 구성, 해외파 차출 여부, 대체 멤버 모색, 상대팀 분석, 경기 장소 파악 등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팀들의 거센 도전에 휘말릴 수 있다. 특정 몇 팀의 독식이 점점 끝나는 추세다. 2년 뒤 이 대회가 이를 알리는 장이 될 수 있다. 올해 U-23 아시아선수권이 그런 신호를 주고 있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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