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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일문일답]정현, "언젠간 GS 시상대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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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이균재 기자] "언젠가는 그랜드슬램 시상대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욕심이 있다."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쓴 정현(세계랭킹 29위, 한국체대)이 공식석상에 섰다. 정현은 2일 오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더호텔 1층 크리스탈 볼룸서 열린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GS 4강 진출 축하 기자 간담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정현은 지난달 끝난 호주오픈서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정현은 세계랭킹 4위 알렉산드르 즈베레프(독일)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연달아 꺾는 기적을 연출했다. 정현은 호주오픈 선전으로 '레전드' 이형택(36위)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역대 최고 랭킹(29위)도 갈아치웠다.

정현은 4강서 '황제' 로저 페더러(2위, 스위스)를 만나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기권하며 아쉽게 신화를 마감했지만 전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현은 "갑작스럽게 4강을 가서 프랑스 오픈 전에 천천히 목표를 재설정할 것"이라며 "이젠 (우승) 사정권에 왔다.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다음은 정현과 일문일답.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과 비교되며 새로운 스포츠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인기를 체감하나.

▲한국에 와서 길거리에 돌아다니지 못해 모르겠지만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나와주셨다. 그래서 큰 대회서 잘하고 왔구나 처음 느꼈다. 지난해 첫 우승이라 많이 나와주셨는데 이번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주셨다. 모든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며 좋게 봐주셨다.

-인스타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었는데.

▲호주오픈 당시 지인들이 1만 명에서 시작했는데 몇 배로 뛰고 있다고 그러더라. '지든 이기든 10만 명이 넘을 것이다. 그것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 것'이라고 응원해줬다. 10만 명 찍었으니 더 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100만 명까지 가보겠다.

-5월 프랑스 오픈 목표는.

▲지난해 클레이코트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올해 시작도 좋게 했다. 지금보다 높게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욕심을 어느 정도 내겠지만 목표는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4강을 가서 대회 전에 천천히 목표 재설정을 할 것이다. 이젠 (우승) 사정권에 왔다.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욕심이 있다. 모든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모든 코트에서 잘해야 한다. 클레이코트도 준비를 잘해서 마무리를 잘하겠다.

-본인의 패션 점수는.

▲거의 운동복만 입고 생활을 해서 패션에 대해 잘 모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라코스테 후원사에서 좋게 입혀주셔서 감사드린다. 보일 듯 보이지 않게 깔 맞춰서 입는 게 내 패션 철학이다. 시계는 어딜 가나 꼭 차려고 한다. 안경은 대회장에 갈 때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5개 정도 챙겨간다.

-튼튼한 허벅지가 굉장히 큰 화제가 됐고 외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대회 전에는 날씨가 덥다 보니 수분섭취를 꾸준히 한다. 훈련과 실전은 큰 차이가 난다. 연습할 때도 실전처럼 긴장감을 갖고 하려고 한다.

-친한 운동 선수들이 있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팬들이 많은 배구장에 가봤다. 테니스만 하다 보니 친한 운동선수가 없지만 기회가 되면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다른 스포츠 선수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는지 공유하고 싶다.

-테니스 열풍이 불고 있는데.

▲뉴스를 많이 찾아보지 않지만 호주오픈 기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테니스나 나와 관련된 것들로 꽉 차 있었다.

-별명이 교수님인데. 테니스를 안했다면.

▲IMG로 첫 유학을 갔을 때 나온 별명이다. 안경 쓰고 차분히 경기를 하다 보니 붙은 별명이다. 잘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생긴 것 같다. 초등학교 때 같이 축구를 했던 친구들과 놀면서 평범하게 지냈을 것 같다.

-현지 한국 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다른 외국 팬들은 영어로 응원하지만 한국말이 들릴 때나 태극기가 보일 때 스스로 뿌듯하고 감사하다.

-동호인들을 위해 장기인 백핸드를 잘 칠 수 있는지 팁을 준다면.

▲자신만의 리듬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온 몸의 힘을 뺀 상태에서 계속 유지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을 1개만 치는 게 아니고 10개 이상 쳐야 하니 계속 리듬을 맞춰야 한다.

-'보고 있나' 김일순 감독 만났나.

▲1일 저녁에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못했던 얘기를 나누고 이 자리에 왔다.

-조코비치 경기 영상이 호주오픈 유투브 계정 3위에 올랐는데.

▲주로 내 영상을 못 보는 편이다. 내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영상을 잘 찾아보지 않는다. 이길 때도 그렇지만 지면 더욱 안본다. 다른 선수들 영상은 찾아본다. 내 영상은 오그라들어서 못 보겠더라.

-호주오픈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는.

▲그랜드 슬램이다 보니 모든 경기가 중요했지만 조코비치전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2년 전에도 해봤고 똑같은 코트에서 승리한 것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창의 평화 올림픽 메시지를 준다면.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러 가고 싶다.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가 부상 없이 마무리할 수 있길 응원한다.

-조코비치와 맞붙는 걸 언제 알았는지.

▲3회전서 즈베레프와 하는 것은 알았는데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즈베레프와 경기를 하기 전에 조코비치와 한다는 걸 알았다.

-부상 투혼이 화제가 됐는데. 발바박 부상은 혈전을 치르면서 생긴 것인가 원래 있었나.

▲발바닥 굳은 살은 매 경기 2~3시간 치러서 물집이 조금 있었다. 그랜드 슬램은 5세트 경기이고 그간 높게 올라간 적이 없어서 발이 한계를 넘었다. 잘 치료해서 한계를 늘려야 한다. 지금 현재 몸 상태는 다른 곳은 이상이 없다. 지난해 다친 곳을 잘 관리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즈베레프와 경기서 발리를 하고 포효한 건 의도적인 세리머니인가.

▲코트장에서 화이팅하고 포효하는 건 상대방을 의식하는 게 전혀 없다. 스스로 더 싸우고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는 이유도 있다. 순간적으로 몸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큰절 세리머니는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한국 선수로서 다른 나라에서는 안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어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다. 8강전을 이겼을 때는 마지막 게임을 쉽게 이길 수 있었는데 오래 가서 세리머니를 못해 아쉽다.

-서브가 강해진 비결은. 장착하고 싶은 월드클래스 기술은.

▲최근 몇 년 동안 서브로 고생해왔고 동계훈련 때부터 연습을 해와서 기술적인 밸런스, 힘 기르는 운동을 한 것이 호주오픈 때 빛을 발했다. 전체적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서브, 체력, 멘털 등 모든 면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

-페더러와 경기의 느낌은. 발부상 사진이 나오면서 20년 전 박세리와 비교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경기 전부터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해서 발상태가 계속 안 좋아졌다. 아프다는 걸 잊고 경기에 임했지만 더 이상 진통제 효과를 볼 수 없어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훌륭한 박세리 선수와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이상 물집으로 인해 경기를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고 관리해야 한다. 더 좋은 결과로 보답하는 게 팬들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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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화제가 됐는데. 특별한 인터뷰 비법이 있는지.

▲딱히 없다. 매번 거의 비슷한 질문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하는 편에 속했던 것 같다. 대표팀 생활 때도 분위기를 이끄려고 한다.

-볼보이서 페더러와 함께 경기를 치렀는데.

▲그 때만 해도 페더러, 나달과 같은 선수와 한 코트에서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그들이 은퇴하기 전에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페더러와 향후 몇 년간 경기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볼보이 때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코트장엔 뛰어다니지 못했고, 스폰서 시계를 지키면서 3시간 정도 서 있었다.

-강철 멘털인데 무서워하는 게 있는지.

▲테니스 경기는 1년 내내 매 주 있다. 졌을 때 빨리 잊고 다시 준비한다. 이겼을 때는 다음 준비를 더 활기차게 한다.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평균 정도라 생각한다. 어릴 때 바퀴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잡았다. 대학생이 된 뒤 손으로 못 잡게 라켓으로 덮어놓고 어머니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모기도 손으로 잡는 걸 안 좋아한다.

-정현 키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 관리는.

▲어린 선수들은 뭐가 맞는 말인지 흔들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만들면 어른들의 좋은 조언은 귀담아 듣고 걸러낼 것은 걸러내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기 관리는 내 기준에 아닌 것 같으면 스스로 걸러내려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경기 준비를 잘하고 기본을 차근차근 해야 한다.

-박세리, 김연아 등과 비교되는데. 테니스 선구자로서 생각은.

▲그런 선수들은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유지한다는 게 정말 힘든다는 걸 안다. 그 선수들과 같은 레벨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유지했을 때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부상 회복과 향후 일정은.

▲호주오픈이 끝난 뒤 매일 병원에서 체크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발바닥도 다음주부터 정상 훈련이 가능하다. 어려서 회복 속도가 빠르다. 다음주 훈련을 하면서 어떤 대회부터 나갈지 팀과 상의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은.

▲부담스럽기도 감사하기도 한데 모든 잘하는 선수들은 이런 부담을 이겨내고 더 높은 위치로 갔을 것이다. 이런 부담감을 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호주오픈 상금은 어디에 쓸 것인지.

▲모든 선수들이 상금을 받을 때는 ATP서 상금통장을 따로 만들라고 한다. 상금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건드리지 않고 어머니가 잘 모으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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