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강원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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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78]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25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게 사실이지만 대회 운영 측면에서 볼 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이 시점에 올림픽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한 조금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평화의 대제전' 등 사람마다 조금 다른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되지만, 필자는 올림픽을 '전 세계 국가대항 운동회'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누구나 어릴 적에 봄 내지 가을 운동회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비록 올림픽만큼은 아니지만, 운동회에는 다양한 종목이 존재하며 운동회 참가자들은 반 대항 또는 청군 백군으로 나눠 경쟁하고, 때로는 종목별로 또 때로는 모든 종목을 종합해 최종 승자를 정한다. 어떻게 감히 올림픽을 운동회와 비유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 본질이 같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규모나 인프라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우리 편에 대해 혼연일체가 되어 응원한다는 점, 그리고 스포츠라는 매개체하에서 경쟁을 통해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올림픽은 적어도 올림픽 헌장을 기준으로 볼 때, 운동회와는 좀 다르다. 대부분 운동회는 학교 간 및 반 간 대항 또는 팀(청군·백군)을 나눠 승부를 가르지만, 올림픽은 엄밀히 따지면 참가의 최소 단위인 국가나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간 경쟁이 아니다. 선수들은 정해진 여러 종목에서 자신의 국가를 대표해서 참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닌 개별 선수 및 개별 팀 간의 경쟁이다.
이는 올림픽 헌장에 엄연히 나와 있고 이로 인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가 이름이 아닌 '러시아 출신 선수단(OAR·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나 '난민선수단(2016 리우하계올림픽)'과 같은 생소한 이름의 선수단 출전이 가능한 것이다.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 올림픽헌장(THE OLYMPIC CHAPTER) 1장 6조
하지만 위 올림픽헌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일뿐더러 설사 인지하고 있다 해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공감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각국 선수단이 묵는 선수촌에는 저마다 자신들의 숙소 외벽에 크고 작은 국기가 걸려 있어 선수들은 조국 대표로 올림픽 참가를 알리고 있으며, 메달 세리머니의 클라이맥스는 금메달리스트 조국의 국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이다. 우리 선수들 유니폼에도 태극기로는 모자라 커다란 폰트 크기로 'Team Korea'라는 글씨가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다.
이 때문에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도와는 달리 필연적으로 국가대항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개인의 메달 획득은 결국 조국의 메달로 귀결되게 되며, 이는 다른 나라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되게 마련이다.
*물론 IOC는 공식적으로 메달 순위를 매기지 않고 있으며 메달 집계 현황 정도만 미디어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
금번 평창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당초 목표는 '8484'였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국가 종합순위 4위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실제 결과는 '5847'로 금메달과 동메달 수가 목표에 다소 못 미쳤고, 종합 순위도 7위를 기록하며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개최국이 올림픽 직후 메달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2006 토리노의 이탈리아(9위)나 1998 나가노의 일본(7위)과 비교해보면 선전했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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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국의 성적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나라들은 전체 참가국으로 따져보면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동계 종목 특성상 기후와 고비용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고위도 선진국이나 강대국이 아니라면, 저위도 국가들이 동계 종목의 메달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간 경쟁은 매우 소수 국가에 한정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실제 금번 올림픽에서 단 1개라도 메달을 딴 국가의 수는 전체 참가국 92개국 중 33%에 불과한 30개국 정도다. 이마저도 지난 다섯 번의 동계올림픽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꾸준히 톱10에 들며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다. 동·하계를 막론하고 이렇게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수는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빙상종목에 한정돼 있던 메달 스펙트럼이 설상종목에서도 나왔다는 점은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빙상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인 쇼트트랙 외에 스피드 여러 세부 종목에서 메달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 기존에는 단 한 개의 메달도 없었던 스노보드,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설상종목에서 동시에 여러 메달이 나왔다는 점은 유례없던 일이다. 심지어 컬링은 선풍적 인기와 함께 최초의 메달을 땄다. 이 모든 성과는 저변과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의 여건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해당 종목과 관련된 많은 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메달의 성과가 스포츠계 성숙도를 가늠해주는 지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스포츠행정과 경영능력은 선수들의 능력과 경쟁력을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선수들의 빛나는 성과로 인해 후진적이고 뒤처져 있는 부분들이 자꾸 가려지고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두 번은 그냥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아무것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금메달이라는 신기루에 취해 마지막 골든타임에 서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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