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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평창올림픽 살린 ‘구원투수’ 이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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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캐리커처. 배계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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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이희범(69) LG상사 부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하자 그의 주변에선 “왜 말년에 거기 가서 인생을 망치느냐”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풍비박산이 나 있던 당시로서는 평생을 안정적이고 신망 높은 정ㆍ재계 관료로 살아온 그에게 도박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한번 (올림픽을)잘 치러보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그는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다녔다. 그렇게 불철주야 뛰어다니기를 2년, 지난달 25일 폐회식을 마친 다음날 이 위원장은 눈을 뜨자마자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2월 9일 개막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린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을 구현했다”며 “한국인은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렀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극찬했다.

정상적인 개최조차 불투명했던 평창올림픽은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을 쳤다. ‘구원투수’ 이희범은 패색이 짙던 경기를 살렸다. 그는 2년 전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전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평창호’의 조종석에 앉았다. 붐업을 위해 언론 인터뷰를 해도 전부 최순실과 연관시켰다. 스포츠 ‘초짜’인 그가 지구촌 최대 동계스포츠 축제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읍소와 호소로 무관심과 비난 여론을 돌려 놓는 한편 폭넓은 네트워킹을 통해 조직위원회의 살림을 살찌웠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된 이후 7년에 걸친 대회 준비의 노력은 위기를 극복하고 결실을 거두었다. 각본 없는 스포츠는 숱한 드라마를 연출했고, 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던 평창올림픽은 이제 수백억원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2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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