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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22년 만의 태극마크…실력 외길 '학범슨 축구'가 그래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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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학범 성남 감독이 2015년 6월7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지휘하고 있다. 성남 | 이주상선임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2년이란 시간을 건너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김학범 감독은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인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96년 구소련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끄는 애틀랜타 올림픽대표팀(U-23) 코치로 일했다. 비쇼베츠 감독은 소련을 1988 서울 올림픽 남자축구 종목에서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오다보니 의심이 많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했다. 한국 코치들이 그와 맞지 않아 줄줄이 관뒀을 때 왔던 지도자가 바로 30대 중반의 김 감독이었고 그는 결국 비쇼베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갑자기 떨어진 비쇼베츠 감독의 영상 편집 지시에 비디오플레이어 두 대를 갖다놓고 밤새 자르고 붙이고 공부하며 임무를 완수한 그의 노력은 축구계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김 감독은 프로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스스로도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고, 은행이 선수 생활 이후에도 괜찮아 국민은행에 남았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그가 믿을 것은 노력과 실력밖에 없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90분짜리 경기 동영상을 쭉 훑어보던 1996년에 비디오 편집 기술을 습득하며 첨단기기를 다룬 것, 연말이면 유럽과 남미 그리고 코스타리카 같은 북중미까지 돌아보며 세계 축구의 흐름 파악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 강원과 성남(시민구단), 광주 등 생존의 기로에 선 시·도민구단을 맡아 반전을 이루고 자신의 이름값을 알린 것은 국내 축구계에서 ‘김학범’만이 갖고 있는 자산이 됐다. 김 감독은 화려했던 선수 시절이나 드높은 명성을 갖고 있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실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과 성남에서 함께 생활했던 전 국가대표 김두현은 “감독님 지시대로 하면 경기가 그렇게 흘러간다.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별명은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에 빗댄 ‘학범슨’이다.

김 감독이 무려 22년이란 시간을 건너 U-23 대표팀에 감독으로 승격, 입성했다. 사실 그의 능력만 놓고 보면 진작에 각급 대표팀 한 자리 정도는 주어졌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스타 출신이 아니었다는 김 감독의 과거는 가슴에 태극마크보다 시·도민구단 엠블렘을 다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던 것도 현실이었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장 부임 뒤 U-23 대표팀이 ‘새판짜기’에 들어가면서 그의 능력과 이제서야 인연이 닿았다.

상황은 김 감독이 잔류 싸움을 하는 시·도민구단을 맡을 때와 별다르지 않다. 1차 시험대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6개월도 남지 않았고, 소집시간은 더욱 적다. 손흥민 차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목표는 단 하나 금메달 뿐이고, 이를 통과해야 도쿄 올림픽과 20대 초반 선수의 성인대표팀 진입이란 보다 넓은 도전을 이룰 수 있다. 그는 “어렵고 힘들다고 피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도전을 기꺼이 승리로 만들어 보답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처럼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20년 넘게 자신을 증명하고 새 목표에 도전했던 그의 축구가 이제 펼쳐진다. 실력 하나는 확실했던 브랜드 ‘김학범’과 미래가 밝은 한국 축구 유망주들이 결합하는 올해 아시안게임이 그래서 기대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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