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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겨를]진화하는 야구장… “우리의 경쟁 상대는 축구장이 아닌 에버랜드, 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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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관객들의 시야를 방해했던 기둥을 없앤 대구-삼성 라이언즈 파크. 삼성 제공


프로야구가 드디어 24일 개막한다. 야구팬들이 고대하던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10개 구단은 겨우내 손님 맞을 구장을 새 단장 하느라 분주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3년 연속 800만 관중에 도전한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관중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구장도 이에 따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만 즐기는 곳이 아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테마파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각 구단은 올해도 구장 곳곳에 이색 체험 시설과 포토존, 먹거리 이벤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해 팬심 잡기에 나섰다. 김남형 삼성라이온즈 홍보팀장은 “관중석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야구 보던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라며 “연인이나 가족단위 관객에게 얼마나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의 경쟁 상대가 이제 축구장, 농구장이 아닌 에버랜드, 롯데월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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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행복드림구장 외야에 올해 첫 선을 보인 캐치볼 존.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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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진화’에 첫발을 내디딘 구단은 SK 와이번스다. SK는 2007년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에 ‘스포테인먼트(Sports+Entertainment)’ 개념을 도입, 관중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행복드림구장의 변신은 올해도 계속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야 오른쪽에 마련된 어린이용 캐치볼 공간. 기존에는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구장 한구석에서 캐치볼을 하곤 했는데, 이는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야구를 즐길 수도 없거니와 보행자 안전도 위협하곤 했다. 올해부터는 20명 내외의 어린이들이 전용 공간에서 경기 직전 90~120분 가량 캐치볼을 하며 야구장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4층 스카이 탁자석을 140석에서 올해 280석으로 2배 늘렸다. 빅보드(초대형 전광판)가 딱 눈높이 크기에 있어 거실에서 TV를 보는 느낌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행복드림구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빅보드는 모기업의 IT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농구장 3배 크기(가로 63m 세로 18m)에 달하는 세계 최대 전광판이다. 또 스카이박스 36곳의 좌석을 모두 교체하고 도색도 새로 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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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즈의 마스코트 '아테나'가 SK행복드림구장 디지털 야구 체험시설 W D-파크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SK와이번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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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측 1층 복도에는 디지털 스크린으로 야구를 체험할 수 있는 ‘W D-파크’가 있다. 가상현실(VR)과 동작 인식 센터 등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투구와 타격은 물론, 수비와 주루까지 체험할 수 있다. 또 유명 만화 캐릭터인 ‘타요’가 1루와 외야에 마련된 ‘타요 키즈 놀이 공간’에서 어린이 관중들을 반긴다. 타요 바이크, 평균대 등 모험형 놀이 시설이 가득하다. SK 원조 팬이라면 역사박물관인 ‘W 갤러리’에서 인천 야구 변천사와 SK 와이번스의 전설적인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야구 예술작품 전시장인 스포츠 아트갤러리, 야외 포토존 ‘W 로드’ 등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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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선을 보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내 '이승엽 36 아너 포토존'. 삼성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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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는 ‘이승엽 36 아너(honor) 포토존’이 올해 새로 설치됐다. 지난해 은퇴한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 이승엽의 타격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추억거리가 하나 늘었다. 라이온즈 파크는 기존 부채꼴 모양에서 벗어난 팔각형으로, “야구장의 역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부 좌석의 시야를 가리는 촘촘한 내야 기둥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그래서 올해에는 기둥 20개 가운데 최소한의 안전에 필요한 기둥만 남기고 14개를 없애 관중들의 시야를 넓혔다. 또 파울 타구로부터 관중들을 보호할 그물망은 7.5m에서 10m로 올려 안전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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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외야에 마련된 어린이용 샌드필드.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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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도 경기장 명칭에 ‘야구장’ 대신 프로 스포츠 최초로 모기업의 이름을 넣으며 기존 야구장에 대한 개념을 바꾼 구단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건 어린이들을 위한 챔피언스 필드 놀이터(키즈 챔피언스 필드)와 샌드 파크. 모험용 놀이 시설과 모래로 가득한 이곳은 어린이 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핫 스팟’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샌드 파크에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드 등이 설치돼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 물놀이장으로도 운영된다.

올해 ‘잠재적 대권 후보’로 꼽히는 롯데 자이언츠 역시 부산 사직구장 시설 개보수에 적극적이다. 사직구장은 ‘부산 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가로 유명한 곳. 구단은 올해 구장의 ‘사직 노래방’ 분위기를 강화한다. 우익수 쪽에 응원단상을 추가로 설치, 기존 1루 측 응원단상과 함께 ‘듀얼 응원전’을 펼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을 연출한다. 또 중앙 탁자석이 594석에서 1,110석으로 대폭 늘었고, 3루 측에는 넓은 탁자석이 454석 새로 만들어졌다. 오래된 외야 자유석은 접이식 의자로 전면 교체됐다.

잠실 구장을 홈으로 둔 두산과 LG는 관중 안전에 방점을 뒀다. 네이비석(포수 뒤편 상단 내야석) 앞에 안전 펜스가 새로 설치됐고 기존 철제 안전봉을 강화유리로 교체했다. 팬들의 시야도 넓어졌고 동시에 안전도 보강했다. 야구장 그물망도 더 높이 설치하고 재질도 가시성이 뛰어난 소재로 바꿨다. 경사가 져 비가 오면 미끄럼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1,3루 내야 출입 통로에 미끄럼 방지 바닥이 설치됐다.

야구장의 먹거리 경쟁도 치열하다.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는 세계 최초로 중식 레스토랑이 들어섰는데, 좌석으로 배달도 가능하다. kt는 수원의 유명 맛집인 진미통닭과 보영만두를 입점시켰고, 삼성은 대구 명물 납작 만두와 지역 수제 맥주를 판매한다. 사직 구장에서는 부산 명물인 자갈치 꼼장어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KIA도 9억원을 들여 식음료 매장을 단장했는데 1,3루쪽에 들어선 ‘챔피언스 펍’은 관중들이 서서 맥주와 음료, 간단한 음식을 즐기면서도 대형 TV 화면으로 경기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한편, NC는 올해 마산구장과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한다. 창원시와 NC는 2016년 11월부터 마산종합운동장 내에 신축 야구장을 건설 중이다. 이미 전체 윤곽과 주차장 등 주요 시설들을 형태를 갖췄는데, 이대로라면 올 연말 각종 새로운 테마로 무장한 ‘꿈의 구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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