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치러진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세비야와 2차전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팬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뮌헨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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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우승컵인 빅이어를 누가 들어 올리냐이다. 4강 대진이 가려진 챔스는 각국 리그와 달리 이변이 속출하였으며, 챔스 체재 출범 후 처음으로 빅 4리그(영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에서 1개 팀씩 4강에 올랐다.
4강에 오른 팀들 중, 금번 시즌 리그 우승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 유일하다. 뮌헨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팀의 현재 리그 순위는 모두 3위이다. 모두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4강 팀들은 과거 4강 진출 팀들과 비교해서는 무게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그렇다고 해서 4강 팀들의 면면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버풀, 레알, 뮌헨은 챔스 우승 트로피인 빅이어를 영구 소장한 클럽들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빅이어는 통산 5회 또는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빛나는 금자탑을 해내야만 영구 소장이 가능하다. 지금껏 이러한 기록을 달성한 팀은 전체 유럽 클럽들 중 6개에 불과한데 이들 중, 3팀이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스 준결승에 대한 축구팬들의 시선은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리는 뮌헨과 레알 간의 준결승 제2경기에 맞춰져 있다. 뮌헨과 레알은 챔피언스리그의 상징과도 같은 팀들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두 팀 모두 빅이어를 영구소장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4강에 진출했던 1, 2위 팀(레알 8회, 뮌헨 7회)들이다. 챔스 역대 최다 우승팀인 레알은 이번에도 우승하면 3연패를 하게 되는데, 챔스 3연패는 42년 만에 나오는 대기록으로 직전에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팀은 다름 아닌 금번 4강의 맞상대인 뮌헨이다.
뮌헨은 유럽 빅리그에서 지난 수년간 가장 압도적이었던 팀이다. 리그에서 6연패는 기본이었고, 더블도 지난 5년간 '밥 먹듯이 했으며', 12/13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해 트레블을 기록했다. 독일 축구의 최강자는 누가 뭐라 해도 바이에른 뮌헨이고, 뮌헨은 21세기 독일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골키퍼 노이어를 비롯하여, 보아텡, 레반도프스키, 로벤, 하메스 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스쿼드는 밸런스와 전력 면에서 모두 유럽 최정상급이다.
게다가 뮌헨은 지난 7일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반면 나머지 챔스 4강 진출팀들은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차기 시즌 챔스 티켓 확보를 위해 여전히 리그에서 치열한 경쟁 중에 있다. 이들에게는 챔스 4강이 최우선 순위이지만, 리그 순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는 레알 또한 마찬가지이다. 뮌헨에게는 4강전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과 체력 비축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뮌헨이 조금 우세하고 우승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점치는 전문가들이 조금 더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고 리그에서 압도적이라는 점이 뮌헨에게 꼭 유리한 건 아니다. 이번 시즌 포함해 리그 6연패를 하는 동안 뮌헨은 챔스 4강에 무려 5번이나 진출하였다. 뮌헨보다 많이 4강에 더 많이 진출했던 팀은 레알뿐이다. 그러나 뮌헨이 5번의 4강전 중에서 결승에 진출했던 건 12/13시즌 단 한 번뿐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뮌헨은 리그에서 늘 압도적이었고, 4월 초에 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챔스 4강을 준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즉, 준비할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다고 해서 승리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년간 리그에서의 출중한 성적은 뮌헨에게 오히려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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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유벤투스와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상반신을 드러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마드리드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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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레알이 소속된 스페인 라리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레알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이지만, 라리가의 유일무이한 최강 팀은 아니다. 레알에게는 숙명의 라이벌인 바르샤가 있고, 지역 라이벌인 AT 마드리드도 있다. 그리고 매년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막판까지 펼치고 있다. 레알은 챔스 4강의 단골 팀이지만, 늘 리그와 병행하며 긴장감 속에 4강을 치러 왔다.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무척 피곤한 일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축구에서 긴장감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활력소가 되곤 했고, 레알이 이를 몸소 증명해 왔다.
스페인 라리가 팀들은 챔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시즌 동안 6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최근 5시즌으로 한정해 보면 4번을 우승했다. 이쯤 되면, 다른 리그에 비해 라리가를 한 수 위로 보는 게 맞는다. 라리가 챔스 강세의 기저에는 레알과 바르샤 그리고 AT 마드리드가 펼치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각 리그 최강팀인 PSG(프랑스)나 뮌헨(독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객관적 전력은 사실 이들에 못지않다. 하지만, 하지만, 이들의 리그 독주는 챔스 성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거 같다.
뮌헨은 4월 7일 이미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후, 8강 2차전을 맞이하였다. 이번에도 체력을 비축하면서 챔스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충족되었다. 반면, 레알은 우승은 물 건너갔지만, AT 마드리드와 치열한 2위 싸움을 하고 있다. 게다가 챔스 4강전이 끝나면 바르샤와의 시즌 마지막 엘클라시코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경기들이고, 팽팽한 긴장감이 선수단을 감싸고 있다. 챔스 3연패를 노리는 레알과 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뮌헨. 쇼미더스포츠는 레알의 긴장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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