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벌써 LPGA 투어 14승 거둬
1야드 단위로 잘라 한 샷 한 샷 연습
가장 먼저 연습 나간 우즈 연상시켜
노력형 천재가 어려울 때 능력 발휘
21개월 만에 LPGA투어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는 지난 겨울, 해가 뜨면 연습장, 해가 지면 헬스클럽에만 머물렀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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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오는 “리디아를 천재 골프소녀라고 생각했다. 옛날식 강훈련보다는 비디오 등을 통한 과학적인 훈련을 선호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리디아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테드 오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새벽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9시간 동안 연습장에 머물다 해가 지면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었다.
시간만 투자한 것은 아니다. 테드 오는 “리디아 고처럼 하루 종일 운동하는 선수는 꽤 있다.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 중에는 ‘오늘 하루 1000개 쳤다’ ‘4시간 동안 퍼트 훈련만 했다’는 식으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그냥 시간을 때우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리디아처럼 한 샷 한 샷에 온 정성을 기울여 집중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대충 50야드 거리의 샷이 아니라 1야드 단위로 잘라서 세심하게 연습한다”고 말했다.
테드 오는 어릴 적 자신이 겪은 타이거 우즈의 일화도 예로 들었다. 주니어 시절 대회 도중 비가 많이 내리자 다들 클럽을 내려놓고 쉬었다. 그런데 해가 나오자마자 부리나케 나가 가장 먼저 연습을 하는 선수가 바로 우즈였다고 했다. 노력이 타이거 우즈나 리디아 고 같은 선수를 만든다는 말이다.
기자는 노력과 성적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리디아처럼 15세에 LPGA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만 20세 전에 14승을 하기는 어렵다. 밤을 새워 연구하는 바둑기사가 많지만 다 이세돌이 되지는 못한다.
리디아 고는 메디힐 챔피언십 막판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난 샷을 날렸다. 역전당한 18번 홀과 연장전에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긴장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2015년 호주 오픈에 출전하지 않았다. 대회장인 로열 멜버른의 그린이 딱딱하고 튀어서 잘 친 샷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테랑도 포기한 골프장에서 18세의 리디아 고가 우승했다. 천부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리디아 고의 코치인 테드 오가 국내 투어에서 활약할 때 모습. [K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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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오는 리디아 고처럼 어린 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다. 우즈와 주니어 랭킹 1·2위를 다퉜다. 물론 우즈가 더 잘했지만 항상 우즈가 1등은 아니었다. 만 16세 때인 1993년 그는 US오픈에 나갔다. 우즈도 못 나간 대회였다. 52년 만에 최연소 출전이었다.
당시 옆 라커를 썼던 잭 니클라우스가 대회가 끝난 뒤 테드 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골프는 매우 변덕스러운 스포츠다. 잘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있을 것이란 걸 예상해야 한다.’
테드 오는 성인이 되어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천재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는 듯도 하다.
테드 오는 한국에서 야구 선수를 했던 아버지에게서 어린 시절부터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았다. 어릴 때는 매우 뛰어났지만 오버페이스했을 수 있다. 샷 거리가 길지 않아 성인무대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코치로서는 다른 얘기다. 리디아 고의 깔끔해진 스윙을 보면 골프 교습 쪽에 재능이 있는 듯 하다. 지난 겨울 리디아 고와 똑같이 노력도 했다. 물론 아직 얼마 안 됐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잭 니클라우스의 말처럼 안 될 때가 있었으니, 아니 아주 길었으니, 잘 될 때도 길어지기를 바란다. 20년 넘게 슬럼프에 빠졌던 천재가 다시 빛을 봐 기쁘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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