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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리버풀의 챔스 결승 진출, 스폰서 ‘뉴발란스‘도 약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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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마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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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90]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결승에 진출하였다.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챔스 우승 트로피인 빅이어를 들어올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으로 밀란을 상대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구어 냈던 2005년 5월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6-2007시즌에 또다시 결승에서 AC밀란을 만났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그다음 해에도 4강에 오르며 리버풀은 유럽 클럽 최강자 중 하나임을 입증하였다.

리버풀은 챔스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EPL팀이며, 빅이어를 영구 소장한 유일한 영국 프로축구클럽이다. 전 유럽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빅이어를 영구 소장한 클럽은 챔스 역사에서 6개 클럽밖에 없다. 리버풀은 그런 팀이다.

하지만 10년 전 챔스 4강에 오른 후 리버풀은 챔스 우승이나 결승은커녕 토너먼트 진출도 단 한 번만 기록했을 뿐이다. 사실 리버풀에는 챔스 진출권조차 따내는 것이 버거웠던 지난 10년 이었다.

리버풀은 영국 프로 1부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영광을 맨유에 넘겨준 지 오래이며, 마지막 우승 트로피는 조금은 '마이너'하다고 할 수 있는 2011-2012시즌 풋볼리그컵이었다. 리그 우승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지는 무려 28년 전인 1989-1990 시즌이다. 리버풀의 젊은 팬들 중에는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리버풀은 가장 인기 있는 축구 클럽 중 하나이지만, 축구팬들은 더 이상 리버풀을 바르샤와 레알, 뮌헨 등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은 EPL내에서도 맨유와 첼시, 맨시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 리버풀이 챔스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과거 영광 재현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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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S로마와 4강 2차전에서 리버풀의 죠르지노 훼이날덤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마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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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브랜드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에서 설립되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아디다스(1924년), 푸마(1948년), 나이키(1964년)보다 훨씬 오래된 스포츠 브랜드이다. 운동화를 생산하는 현존하는 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가운데 뉴발란스를 제외하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뉴발란스는 지금의 경영지표로 볼 때, 스포츠 브랜드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물론 푸마와 언더아머보다는 많이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뉴발란스는 창의적인 디자인과 독보적인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Made in USA' 전략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포지셔닝 되어 있다.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리바이스 청바지와 함께 뉴발란스 운동화로 자신의 패션을 완성하였고, 수많은 명사들이 뉴발란스의 마니아였다.

하지만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발란스가 본격적으로 축구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인 2015년이었다.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축구라는 종목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상징성과 시장성을 생각하면 무척 의외이다. 어쩌면 뉴발란스가 나름의 독특한 지위와 평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스포츠가 브랜드가 되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축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축구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지배력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었으며, 푸마와 언더아머 또한 나름 탄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축구 시장의 공략을 위해서는 유수의 유럽 클럽팀들과 국가대표팀 그리고 스타선수들에 대한 후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들의 오른쪽 가슴에는 나이키의 Swoosh 로고와 아디다스의 3선 로고가 이미 박혀 있었고, 이를 다른 로고로 바꾸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힘들어 보였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여력은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더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리버풀과 뉴발란스가 서로를 택하면서 뉴발란스는 축구 시장에 진출했다. 누군가는 전성기를 지난 팀과 축구 신생브랜드간의 고육지책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뉴발란스는 자회사인 워리어스 스포츠를 통해 이미 수년간 리버풀을 후원하며 그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뉴발란스의 도전은 업계나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양강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위상이 확고 한 상황에서 뉴발란스가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거 리복이 도전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졌고, 한때 양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푸마 또한 이들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발란스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축구 시장에 진출한지 3년이 되는 지금, 뉴발란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일단 리버풀이 챔스 결승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UCL결승진출팀의 유니폼키트의 브랜드가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아니었던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푸마, 도르트문트). 범위를 넓혀봐도 챔스 결승진출 팀들의 유니폼브랜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절대적으로, 이 들의 비중은 90%가 훨씬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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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클럽 유니폼스폰서


2018년 뉴발란스의 약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스폰서팀인 FC포르투는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또 러시아월드컵에서 뉴발란스 로고를 입고 뛰는 국가대표팀은 2팀(코스타리카, 파나마)이나 된다. 월드컵 또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뉴발란스가 축구시장에서 나아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시장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일단 시작은 분명 나쁘지 않아 보인다. 챔스 4강에서 나이키(AS로마)를 꺽고 올라온 뉴발란스(리버풀FC)가 아디다스(레알마드리드)까지 꺽고 빅이어를 들고 환호하는 스틸 컷에도 등장할 수 있을까? 이번 챔스 결승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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