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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어설픈 개혁이 몰고 온 역풍 …파벌싸움 보디빌딩 종목퇴출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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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체육계가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한국 체육의 중심인 중앙 경기단체 중 상당수가 정쟁(政爭)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체육회 60개 회원종목 단체 가운데 무려 8개 단체 회장이 공석이다. 대부분이 파벌 갈등으로 야기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어 체육회로서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체육계의 파벌싸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태는 그 수준이 도를 넘고 있어 문제다. 파벌 갈등이 이견으로 인한 다툼이 아니라 도덕과 상식을 벗어난 배신과 협잡(挾雜)의 꼴불견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체육계 파벌싸움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박근혜 정권의 어설픈 체육개혁이 몰고 온 역풍 탓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체육은 지난 정권에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관치체육이 판을 쳤고 개혁의 칼을 든 정부는 정의가 아닌 ‘정권 길들이기용’으로 권력을 남용했다. 훼손된 정보와 의도된 목표로 단행된 어설픈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실패한 개혁은 반드시 역풍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체육개혁의 대상자들이 실정(失政)의 희생자인 양 목소리를 높이며 온갖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게 체육계의 현주소다. 그래서인지 최근 체육 현장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문제는 올바른 목소리가 커져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숨죽였던 각 종목 체육 마피아들이 정권교체 후 원칙과 상식을 비웃으며 체육단체 사유화에 또다시 전력투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단체가 보디빌딩이다.

대한보디빌딩협회는 2015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파벌싸움을 벌이고 있다. 파벌싸움의 이유는 명백하다. 물밑에서 대의원들을 조종하고 있는 A씨의 협회 사유화가 바로 그 배경이다. A씨의 개인적 욕심이 한 단체의 갈등과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체육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영구제명당한 A씨와 이에 동조하는 대의원들은 회장이 조직 사유화를 문제삼고 개혁적인 움직임을 보이려고 하자 “협회 운영권과 인사권을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결국 회장은 이들이 기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추행이라는 교묘한 덫에 걸려 직무정지를 당했다. 이후 A씨에 입김에 휘둘리고 있는 대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회장 탄핵을 요구하는 임시 총회를 잇따라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보디빌딩의 마피아들이 개혁의 흐름과 담을 쌓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디빌딩에 생각보다 많은 이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디빌딩은 비인기 종목으로 언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엄연한 전국체전 종목이다. 메달경쟁을 위한 시·도 지자체 팀의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 각종 이권이 널려 있다. 또한 기록경기가 아니라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순위를 정하는 종목인 만큼 심판비리가 싹틀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파벌싸움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다. 결국 마피아들이 심판부까지 장악하게 되면 이는 곧 입시 등 다양한 비리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A씨를 비롯한 마피아들이 온갖 무리수를 두며 보디빌딩협회를 차지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다.

체육회는 개혁의 흐름에 역행하는 보디빌딩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특단의 대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체육계가 도를 넘는 파벌싸움으로 혼탁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체육회의 책임이 크다. 체육회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 문제단체를 선제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게 파벌싸움을 더욱 키운 원인이 됐다. 체육회가 체육단체를 한 식구라고 여기는 온정주의는 더 이상 미덕이 될 수 없다.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고 있는 체육회는 이제 관행과 특수성이라는 구 시대의 ‘이란성 쌍생아’와의 인연을 모두 끊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체육회가 개혁의 주체로 당당히 서기 위해선 정의의 칼을 빼들고 제대로 내려치는 용기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사건 사고가 터지면 늘상 외쳤던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이 또다시 구호에만 머문다면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무관용 원칙의 뜨거운 맛을 보여줄 때가 왔다. 상식을 벗어난 체육단체의 파벌싸움에 대한 체육회의 무관용 원칙은 종목 퇴출이다. 이는 체육회 회원종목 단체가 누리는 재정적 혜택과 제도권 스포츠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가장 혹독한 조치다. 겁없이 날뛰는 체육 마피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체육은 탐욕에 물든 개인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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