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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21세기 최고의 월드컵 결승전, 그 주인공은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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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공격수 이반 페리시치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에 2-4로 패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으나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진=모스크바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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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05] 많은 이들이 크로아티아의 선전과 승리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더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프랑스의 승리로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 무대가 끝났다. 크로아티아는 이미 토너먼트에서 3번의 연장혈투를 치렀고, 프랑스보다 하루 늦게 준결승을 한 후 3일 만에 결승이었다. 체력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였고 이것만으로도 결승전의 무게추는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크로아티아는 최선을 다했고 경기를 지배했다. 초반부터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좋은 찬스를 만들며 프랑스를 압도했다.

하지만, 경기력과 결과는 늘 비례하지 않는 것이 축구다. 자책골과 핸들링 반칙에 이은 페널티킥, 좋은 흐름에서 관중 난입으로 인한 경기 중단 등이 있었다. 운이 따라도 이길까 말까 한 경기에서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상황이 연달아 나왔고, 그렇게 경기는 프랑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사실 크로아티아의 결승전 진출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일이었다. 러시아월드컵까지 총 21번의 결승전, 즉 42개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실제 결승전을 경험한 나라는 13개국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실제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국가는 8개국이다. 200개가 훌쩍 넘는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과 월드컵마다 32개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승은 둘째 치고 결승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 어려운 일을 크로아티아가 해낸 것이다.

월드컵 결승무대는 세계 최고 축구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최고의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 명성에 걸맞지 못했다. 이번 최근 3번의 월드컵 결승전은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였다. 그중 한 번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했다. 축구에서 이러한 경기의 공식 기록은 무승부다.

경기 내용 또한 기대 이하였다. 3번의 결승전에서 나온 양팀 득점합계는 총 4점으로 경기당 1점이 조금 넘는 수치다. 게다가 직전 2번의 결승전은 모두 1대0 승부였는데, 2번 다 연장전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정규시간 90분간 그야말로 헛심만 뺀 셈이다. 범위를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1990 이탈리아 때부터 재미없는 월드컵 결승전은 전통처럼 되어 버렸다. 최악은 연장까지 0대0 득점 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결정된 1994 미국월드컵이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2 한일월드컵은 각각 3점과 2점이 났지만, 결승전답지 않은 한 팀의 원사이드한 경기였다.

어찌 보면 이러한 맥 빠진 결승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클럽 경기와 달리 국가대항전은 선수들 간 호흡이 원활하지 않다. 선수들에게는 각자 익숙한 포지션과 전술이 있기 마련인데, 단기간에 손발을 맞춰야 하는 월드컵 무대 특성상 숙련도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게다가 주 2회 꼴로 계속해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유럽을 비롯해 추춘제 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결승 또한 이런 양상으로 흐를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기였다. 누가 봐도 체력적으로 열세인 크로아티아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면, 경기 결과도 경기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그러지 않았고,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 붙였다. 이 때문에 관중과 축구팬들은 경기에 몰입하고 흥분할 수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평소에 빈번하게 한다. 이것은 어떤 것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평소와 똑같은 경기력을 보이더라도 결승전이 주는 특별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이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30여 년 만에 재연되었다. 그 일등 공신은 크로아티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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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앙트안 그리에즈만(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38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그리에즈만은 이날 프랑스의 선제골이 된 크로아티아의 자책골을 끌어낸 프리킥을 담당하는 등 이날 4골 중 2골을 책임져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사진=모스크바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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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

경기 중에 선수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실수가 있다면 자책골과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킥 헌납일 것이다. 보통 경기에서 한 번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 결승전에서 그것도 한 팀에서만 한꺼번에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상황에 책임이 있는 두 선수가 모두 골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마리오 만주키치는 앙투안 그리에즈만의 프리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그리고 후반에 자신의 자책골을 만회하는 골을 넣었다. 반면 이반 페리시치는 전반 초반 동점골을 넣었으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하고 말았다. 두 경우 모두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2명 모두 마음의 짐은 약간이나마 덜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들이 골마저 넣지 못했더라면, 2명 모두에게 이번 월드컵은 너무 잔인하고 괴로웠을 것이다.

■아쉬운 점

월드컵 결승전은 첫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역대 월드컵 우승팀 8개 팀 가운데 첫 결승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팀은 남미의 양강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뿐이다. 나머지 6개 팀은 모두 결승 데뷔 무대에서 승리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처녀 출전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은 모두 아직까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네델란드는 3번의 결승 무대에서 모두 패했고, 헝가리와 체코 또한 2번 진출했으나, 모두 우승 사냥에 실패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처음에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기회가 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마무리하면서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기회는 생각만큼 자주 오지 않는다.

■조금 특별한 점

나이키는 아디다스와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용품 브랜드이자 스폰서다. 이번 월드컵에도 무려 10개 팀이 나이키 브랜드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두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은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후원하는 나라가 얼마나 많이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느냐, 나아가 우승팀을 배출하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토너먼트 특히 결승전이 주는 임팩트와 미디어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결승전 상대 2팀은 모두 나이키를 입고 있었다. 나이키에는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조금 의외지만, 나이키가 후원하는 국가 간 결승전은 이번 월드컵이 처음이었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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