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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여전히 韓·日 야구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는 `어려운 꿈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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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마쓰이(좌)와 이치로


[쇼미 더 스포츠-110] 야구는 사실 글로벌 스포츠라 말하기에는 좀 그렇다. 축구는 물론이고 농구나 배구 등 웬만한 구기종목보다도 국제적 저변이 넓지 않다. 그래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도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는 빠졌다(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지만, 앞으로의 운명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동아시아, 특히 한국·일본·대만에서 야구의 위상은 특별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야구가 '넘버1'이다.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고, 그 어떤 프로 종목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는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볼 때 가장 많은 부와 명예를 차지하며 소위 '특A급' 선수들은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다. 한국이나 일본에서의 프로야구 비즈니스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조금 과한 수준이다. 다른 비즈니스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갖는 독특한 위상과 큰 인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야구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야구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의 무대는 따로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다.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 한국 리그 간 격차가 과거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연봉도, 인프라스트럭처도, 콘텐츠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다. 최고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싶은 것은 남자로서, 운동선수로서 본능과도 같다. 그 과정에서 부와 명예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최고 선수들(혹은 젊은 유망주)은 끊임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1964년 무라카미 마사노리 이후로(일본에서 태어나고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를 기준으로) 총 58명의 일본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다. 무라카미가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일본인 메이저리그의 선구자는 노모 히데오였다. 노모의 성공 이후 일본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행 러시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그리고 다르빗슈 유와 마에다 겐타에 이르기까지 일본 프로야구 최고 스타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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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선수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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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박찬호다. 한양대 재학 중 1994년 LA 다저스와 전격 계약함에 따라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박찬호는 정상급 활약을 펼치며 아시아인 통산 투수 최다승 등을 기록해 메이저리그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박찬호 이후 지금까지 총 20명이 넘는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물론 이 중에는 김병현같이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른 선수도 있고, 단 몇 경기만 벤치워머로 뛴 선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그 양상과 방식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보다 역사와 전통이 길어서인지 일본은 자신들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이저리그도 어느 정도 일본 리그를 인정해서인지 이들에 대한 대우 또한 후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진출에 대한 일본 내의 전향적인 분위기, 병역의무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유망주들이 젊은 나이에 진출해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원조였던 박찬호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간 수준 차 이상으로 양국 간 격차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아쉽게도 메이저리그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충분한 근거가 아직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류현진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등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했지만, 아직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눈에 띌 만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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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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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현재 등록 기준으로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오승환, 류현진(LA 다저스는 류현진이 16일 선발로 복귀함을 13일 발표했다), 추신수와 최지만 등 총 4명이다. 오승환과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데뷔한 선수이고, 추신수와 최지만은 고교 졸업 이후 한국이나 일본에서의 경험 없이 마이너리그부터 도전했던 선수들이다.

일본인 선수 또한 마에다(LA 다저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히라노 요시히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4명이다. 시즌 초에는 8명의 선수가 있었지만, 마키다와 다자와 준이치는 마이너리그로, '전설' 이치로는 잠정 은퇴를 선언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곧 복귀가 예상되긴 하지만 다르빗슈(시카고 컵스)는 5월 이후 경기에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일 메이저리거는 숫자상으로는 동급이지만, 활약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인 메이저리그들이 조금 더 앞서 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은 한국과 달리 '모두'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고 온 선수들이다. '이도류' 오타니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마에다와 다나카는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올해도 두 자리 승수를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ML 초년병 히라노는 최정상급 불펜투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그도 1982년생 동갑내기 2명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최다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운 추신수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60경기 가까이 출전하고 있는 오승환의 활약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수준임에 틀림없다.

박찬호와 노모의 메이저리그 도전 이후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들의 위대한 도전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많은 야구선수들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뎌왔다. 하지만 2018년 현시점으로 볼 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생각만큼 많지도 않고 속도도 조금 더뎌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우 36세의 추신수와 오승환 이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메이저리그는 '너무나도 어려운' 꿈의 무대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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