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황의조 원맨팀,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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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최대고비로 평가된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가장 높은 두 산을 넘은 한국이지만 아직 우승을 속단하기엔 이르다. 수비조직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마냥 다득점에 기댈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베트남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 맞대결을 벌인다.
앞선 16강과 8강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격파한 한국은 준결승에 오른 4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하며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초한 한국이지만 이후 토너먼트에서 중동의 강호를 연달아 꺾으며 경쟁상대를 줄여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제 금메달까지 두 걸음 남았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상대한다. 여기에서 이기면 일본-아랍에미리트 승팀과 금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는 전력상 한국이 한수 위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로 팀을 꾸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의 적수는 더 이상 없다.
그러나 한국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건 말레이시아전 패배다. 한국은 객관적 전력에서 말레이시아에 두-세 수 앞서 있었지만 자만심이 패배를 자초했다. 한국은 사소한 실수가 반복되며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다.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좀처럼 규합하지 못했고, 후반 막판 황의조의 골이 나왔지만 판세를 뒤집진 못했다. 이 패배로 한국은 조 2위로 밀리고 말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대놓고 수비전술을 편 팀들에게 약점을 드러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은 모두 한국전에서 공격적인 전술을 가동했다. 이를 제대로 맞대응해 승리를 쟁취한 한국이지만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과 같이 전원 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전략에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황의조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황의조는 16강 토너먼트부터 2경기 4골을 넣으며 팀의 공격을 홀로 떠받치고 있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넣은 황의조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선 홀로 3골을 집어넣으며 팀의 4-3 신승을 이끌었다. 황의조가 없었던 지난 1월 한국은 우즈벡에 1-4로 대패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황의조가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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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가 남은 2경기에서도 맹활약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는 보장되는 결과물이 아니다. 황의조의 득점력을 확인한 상대팀은 손흥민뿐 아니라 황의조에게도 더 두꺼운 벽을 세울 것이 자명하다. 더구나 이번 대회 황의조는 짧은 기간 풀타임으로 뛴 경기가 많았다. 체력적으로도 매우 버거운 상황이다.
4강에서 만나는 베트남은 동기로 가득 차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부터 연장까지 끌고 가다가 막판 한 방을 노리는 플레이로 승리를 쟁취하곤 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훈련방식을 익힌 인물이다. 박 감독은 파워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한국 입장에서 말레이시아전 이상으로 고전할 수 있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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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수비 조직력 또한 변수다. 한국의 수비문제는 누구 하나 탓할 것 없이 모두의 잘못이다. 실점 장면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원에서 황당하게 볼을 빼앗기면서 불상사가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역습을 맞는 상황에서 한국 수비가 적었던 게 아니다. 한국의 실점 장면을 보면 모두 수비진영에 충분히 수비가 있었음에도 반대편에서 돌아 들어오거나 사이드로 오버래핑하는 선수를 놓치며 허무하게 골을 헌납했다. 여기에는 포백라인의 실수와 골키퍼의 아쉬운 판단력이 얼기설기 스며들어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손흥민도 비판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손흥민은 이날 몸이 가볍지 않았다. 수비수와 1대1 상황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드리블이나 리턴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 41분엔 치명적인 실수도 나왔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손흥민은 중앙에서 무리한 '크루이프 턴'을 시도하다가 볼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했다. 골을 넣기 위해 라인을 한창 끌어올린 상황이었기에 해당 장면은 매우 위험천만한 결과를 낳았다.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만일 그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했다면 손흥민이 뒤돌아 기도하며 기대해 마지않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8강전은 황의조로 시작해서 황의조로 끝났다. 그러나 이대론 더 이상 안 된다. 선수들의 적극적인 몸싸움과 집중력 모두가 투철하게 무장되어야 한다. 4강에서도 누군가가 '억지로' 결승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들어선 안 될 일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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