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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송지훈의 축구.공.감] 부활한 ‘런던의 아이들’, 벤투 감독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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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전에서 남태희의 추가 득점 직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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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과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의 A매치 평가전은 여러모로 흐뭇한 경기였다.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완승(2-0)을 거두며 기분 좋게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이 A매치를 마음껏 즐기는 것 같아 반가웠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잡고(2-0승) 조금씩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경기력과 흥행력 모두 확실히 저점에서 탈출한 모양새다. 1년 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 자신감이 떨어진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는 걸 두려워할 정도로 위축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달라진 축구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A매치 평가전에는 사석을 제외하고 축구협회가 판매한 좌석 3만6127개가 모두 팔려나가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A매치 홈 경기 매진은 지난 2013년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맞대결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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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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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 회복훈련을 겸해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한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는 무려 1100여 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에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쏟아졌고, 훈련 직후엔 뜨거운 사인ㆍ사진 공세가 이어졌다. 자신의 한국 축구 데뷔무대인 코스타리카전에서 완승(2-0)을 거두고도 얼굴빛 하나 달라지지 않던 벤투 감독이 소녀 팬들의 사인 공세엔 ‘잇몸 미소’를 보여줬다.

‘파울루 벤투호’ A매치 데뷔전과 맞물려 특별히 주목할만한 긍정적 변화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들이 부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코스타리카전의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은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선제골을 터뜨린 이재성(홀슈타인 킬), 아시안게임 영웅 황의조(감바 오사카) 등 1992년생들이 맡았다. 하지만 어느덧 베테랑 반열에 오른 ‘런던의 아이들’이 포지션별로 무게감을 높여주면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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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 코스타리카전 선제골 직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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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완장을 벗은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은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특유의 장점인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가 더욱 살아났다. 주축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1차 저지선 역할을 맡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은 안정적인 협력 플레이로 위험지역을 지켜냈다. 오랜만에 최전방을 함께 책임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남태희(알두하일)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 수비수 세 명을 농락하며 성공시킨 남태희의 두 번째 골은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포효 같았다.

기성용,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1989년생 선수들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섰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조광래 감독(현 대구 FC 대표이사)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20대 초반이던 이들을 중심으로 한 발 일찍 A대표팀 세대교체를 단행한 결과였다. 이들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출전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해당 연령대의 국제 경쟁력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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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이 코스타리카와 A매치 평가전을 2-0 승리로 마친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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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또 한 번 한국축구를 뒤흔들 ‘황금세대’로 기대를 모았지만, ‘런던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치른 이후 두 번의 월드컵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주저앉았다. 브라질에서는 경기력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러시아에서는 여론의 부정적인 시선이 주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그 사이에 1989년생들이 붙잡고 있던 한국축구대표팀 헤게모니도 시나브로 후배들에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벤투호 1기 멤버들은 손흥민등 1992년생이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 황인범(아산) 등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주축으로 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도 적극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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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가 코스타리카전 추가골 직후 주장 손흥민(오른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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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투호와 한국 축구의 당면과제인 2019 아시안컵 본선 성적의 키는 여전히 ‘런던의 아이들’이 쥐고 있다. 2011년 카타르 대회 3위와 2015년 호주 대회 준우승 이력, 그리고 두 번의 월드컵 본선을 치르며 쌓은 경험은 한국축구의 현재를 이끌어 갈 소중한 경쟁력이다.

실력과 경험으로 무장한 ‘런던의 아이들’이 ‘캡틴 손흥민’을 도와 마지막 불꽃을 피워준다면 한국 축구가 1960년 이후 품어 보지 못한 아시안컵을 되찾아 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남태희의 그림 같은 골에, 기성용의 노련한 경기 조율에, 김영권의 투혼 가득한 수비에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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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 1000여 명의 축구팬들이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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