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를 나누는 우즈와 미켈슨. [USA TODAY=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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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빠뜨린 우즈의 감각을 생각하면 미켈슨이 이길 가능성은 작지 않았다. 우즈는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때 미켈슨이 “이렇게 이기고 싶지는 않다. (티잉그라운드로) 가자”면서 우즈에게 컨시드를 줬다.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릭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켈슨과 우즈의 더 매치에서 생긴 일이다. 승자가 역대 최고 상금인 900만 달러(101억원)를 모두 가지는 이 매치에서 이런 후한 컨시드 장면이 나왔다. 우즈도 정규 경기 18번 홀 등에서 미켈슨에게 컨시드를 관대하게 줬다.
미켈슨이 4번째 연장 홀에서 버디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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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없지는 않았다. 우즈와 미켈슨은 첫 홀 버디에 20만 달러 내기를 걸었다. 짧은 파 4인 9번 홀에서 미켈슨이 드라이브샷을 잘 쳐 놓고 “내가 이글하는데 10만 달러를 걸 수 있느냐”고 하자, 우즈는 “0을 하나 더 붙이자”고 했다. 미켈슨이 “100만 달러?” 그러자 우즈는 “맞아”라고 했다. 미켈슨의 남은 거리는 87야드였다.
중계방송사는 “PGA 투어 통계에서 미켈슨이 이 거리에서 샷이글로 홀아웃할 가능성은 3%”라고 소개했다. 노려볼만 했지만 10만 달러가 100만 달러가 되자 부담은 미켈슨 머리 위로 올라갔다. 미켈슨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기가 짜릿하지는 않았다. 내기는 쇼 성격이 컸고 두 선수의 경기력이 최고는 아니었다. 두 선수가 마지막으로 경기한 것은 10월 1일 라이더컵이었다. 당시 우즈는 4전 전패, 미켈슨은 2전 전패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더 매치를 앞두고 준비를 했으나 퍼트 감각이 신통치 않았다. 우즈는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은 듯 했다. 드라이버가 좌우로 휘고, 아이언 샷 거리가 일정하지 않았으며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뺐다. 미켈슨은 "63타나 64타를 쳐야 이길 것 같다"고 예상했으나 두 선수 모두 69타를 기록했다. 우즈의 이 코스 최저타 기록은 60타, 미켈슨은 61타다.
우즈가 등장한 이벤트 골프 매치는 2000년 캘리포니아 주 빅혼 골프장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100만 달러를 걸고 치른 ‘빅혼의 결투’가 유명하다. 그 때 한 타 차로 진 우즈는 더 이상 이 이벤트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즈는 상금은 받지 못했지만 초청료 100만 달러를 받아 손해는 아니었다. 그래도 잠재적인 라이벌인 가르시아가 자신을 만만하게 보게 되면 메이저대회 등에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프로모터는 우즈에게 “2 대 2로 경기하면 져도 당신 책임이 아니다”라고 설득해 대회는 이어졌다. 그래서 우즈·소렌스탐-데이비드 두발·카리 웹 등의 2대2 매치로 치러졌다. 우즈는 가장 큰 라이벌인 미켈슨과 1 대 1로 승부를 벌이지는 않았다. 이겨야 본전, 지면 위험이 큰 승부를 원하지 않았다.
경기 후 포옹하는 두 선수.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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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억원을 앞에 두고 두 선수가 준 관대한 컨시드는 위대한 스포츠맨십이자 그리 치열하지 않은 대결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상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져도 잃는 것은 별로 없다.
자신이 받을 900만 달러 앞에 선 미켈슨(오른쪽). [USA TODAY=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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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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