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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기본기 없는 개인기 뿐, WKBL 레전드가 돌아본 여자농구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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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07~2008 여자프로농구 용인경기에서 안산 신한은행 정선민(왼쪽)이 용인 삼성생명 박정은의 밀착수비를 뚫고 골밑으로 파고들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선수들이 풀 수 있었는데….”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 여자프로농구도 경기력 저하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는 인천 신한은행이 2, 3쿼터 20분 동안 단 15득점에 그쳤다. 결과를 떠나 과정 자체에 프로 경기로 보기 힘든 장면이 속출해 농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비단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졸전이 속출하고 있다. 패스나 드리블 등 기본기가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실업농구 시절전부터 2010년대까지 여자농구를 주름잡았던 선배들도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박정은 경기운영부장은 “개인기만 놓고보면 후배들이 훨씬 뛰어나다. 언니들과 농구할 때에는 렉스루나 비하인드 드리블 등은 시도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유소녀 캠프부터 스킬 트레이닝을 하니 개인 기술이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화려한 개인기가 혼자 있을 때에만 발휘된다는 점이다. 인천 신한은행 정선민 코치는 “상대가 앞에 버티고 있으면 개인기가 무용지물이 된다. 농구는 혼자 하는 종목이 아니다보니 상대성이 크게 작용하는데 개인기만으로는 상대와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농구(NBA)나 국내 프로농구(KBL) 등 남자 선수들의 화려함을 따라하려는 여자 선수들이 늘고 있지만 말그대로 실전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개인기일 뿐이라는 게 선배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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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대표팀 훈련. 변연하, 박정은, 신정자, 김계령(왼쪽부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박 부장은 “현역 때를 돌아보면 벤치에서 준비했던 작전이 막히면 선수들끼리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풀기도 했다. 특히 국가대표팀 경기를 치르면 워낙 기량이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하다보니 위기일수록 빨리 돌파구를 찾았다”고 돌아봤다. 대표팀에서도 공격 1옵션이었던 정 코치를 포함해 전주원 이미선 변연하 등 패스와 3점슛, 가로채기 등 확실한 주특기를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박 부장은 “가장 쉬운 방법이 ‘(정)선민 언니가 해결해’였다”며 웃었다. 정선민에게 1대 1을 주문하고 볼을 건네면 본인이 해결하거나, 여기서 파생되는 빈공간 오픈찬스에서 3점을 꽂아넣는 등의 전술이 통했다는 의미다. 테크니션이면서도 미들슛과 패스 능력이 뛰어났던 정선민과 공간 확보에 특화돼 있던 박정은의 콤비네이션은 현역 선수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경기력 약화는 인기 하락으로 직결된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을 이끈 이문규 감독은 “여자농구를 활성화하려면 스타 선수도 나와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로다운 경기력을 발휘해야한다. 현 상황으로는 부흥은 커녕 존폐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여자농구의 부흥을 위해 2000년대 중반까지도 전성기를 구가한 은퇴선수들로 도쿄 올림픽 3대 3 농구대표팀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픈’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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