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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해외축구 돋보기]조커 같은 ‘밉상’ 무리뉴에게 배트맨의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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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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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밉상’ 감독을 뽑으라면 한 사람의 얼굴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여러분의 짐작이 맞다.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호감으로 꼽고 욕한다. 언론에서 그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을 정도고, 이른바 전문가들은 무리뉴에게 한 방 먹이며 즐거워 하는 게 일이다. 상대팀 응원단은 “월요일에 경질될 거야”를 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맨유 팬들 내에서도 그의 경질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선지자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프리미어리그 감독들 가운데 ‘배트맨’을 맡을 사람은 많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을 필두로 클롭 리버풀 감독,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사리 첼시 감독까지 모두 ‘배트맨’ 이미지가 넘쳐난다. 그러나 광기 어린 악당 캐릭터의 대명사 ‘조커’에 어울리는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무리뉴다.

클롭은 지난 3일 에버턴전서 오리기의 버저비터 결승골이 터졌을 때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 골키퍼 알리송과 격한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인데 감독이 그라운드에 난입한 것이다. 축구전문가 폴 머슨은 “만약 무리뉴가 그랬다면 25경기 출장정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클롭은 출장정지는커녕 벌금 8000파운드(약 1144만원)를 내는 데 그쳤다. 클롭은 ‘조커’가 아니니까. 머슨의 말은 무리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좋은 건 다 펩 덕분이고, 나쁜 건 다 무리뉴 탓이다. “스페셜 원”이라고 자부해도 통용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리뉴가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큼 악동은 아니다.

최근 ‘조커’에 가려져 있던 무리뉴의 ‘배트맨’ 이미지를 새삼 부각시켜준 사람이 바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풀럼 감독이다. 라니에리는 7일 “내게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보낸 첫 번째 감독이 바로 무리뉴였다”면서 “그는 멋진 사람이자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말했다.

무리뉴는 라니에리가 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를 우승으로 이끈 뒤 9개월 만에 경질됐을 때 공개적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그의 이니셜 ‘CR’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섰던 인연이 있다. 맨유의 부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무리뉴에겐 라니에리라는 의지할 수 있는 동지가 생긴 셈이다. 물론 우정보다는 승부가 우선이다. 두 사람은 9일 올드 트래포드서 맞대결을 갖는데 서로를 반드시 넘어야 할 처지다. 무리뉴는 4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라니에리는 탈꼴찌를 위해 승리가 절실하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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