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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대한체육회 '이기흥호'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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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2018년이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반드시 해야할 일이 남아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한 해의 마무리다.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는 자칫 이를 등한시하면 그 여파가 다가오는 새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체육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좋은 일이 별로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헝클어지고 꼬이고 비틀댄 한 해였다. 숱한 실패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상의 배후를 관통하는 본질은 한국 체육을 이끄는 수장의 철학과 리더십 부재로 모아진다. 그 결과 대한체육회는 생명력 없는 기구로 추락했다. 관치체육의 질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놓쳤고 체육단체 사유화 등 온갖 잡음으로 인해 체육은 또다시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부끄러운 존재로 전락했다.

한 해를 마무리짓는 체육회가 송구영신(送舊迎新)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체육회 조직을 와해시킨 인사문제의 해결이 아닐까 싶다. 통합회장 선거 당시 이기흥 회장의 당선을 도운 측근들을 대거 등용하는 ‘챙기기 인사’, 체육과 무관한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대한체육회 ‘이기흥호’를 난파 직전으로 몰고 간 결정적 배경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체육회가 이례적으로 여야의 십자포화를 한꺼번에 얻어맞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인사를 챙기는 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다. 이 회장의 원칙 없는 정실인사는 조직내부에서조차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체육회가 사실상 식물조직으로 전락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인사 난맥상에 따른 조직 구성원들의 민심 이반이라는 데 꼬리표를 달 사람은 없다. 체육회의 인사 난맥상은 몸집을 키워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 구성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체육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전문성과는 별개로 이해관계나 종교적 편향성에 의해 자기 사람을 심었다면서 ‘체육회의 사유화’라는 험한 말까지 들어야했다.

국감에서 불거진 체육회의 사유화 문제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에게 해를 넘기기 전에 강력한 인사쇄신을 단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근 진천선수촌장이 최근 용퇴를 밝힌 것도 강력한 인사 쇄인안의 신호탄으로 점쳐지고 있다.<스포츠서울 7·8일 주말판 8면 참고>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뽐내던 이 회장도 국회와 정부의 강도높은 인사쇄신 요구에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일부에선 특유의 스타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이 회장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 인사들 중 일부를 솎아내면서 인사난맥상을 돌파하려는 생각은 어리석다. 이 문제는 임기 후반기를 맞아 환골탈태한 리더의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새롭게 추스르고 불편부당한 인사에 대한 리더의 의지표명은 정실인사를 뿌리째 뽑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이 회장의 공신(?)들도 그렇다. 힘든 세상에 2년간 일할 기회를 얻었다면 선거에 대한 보상치곤 과분하다. 양심과 체면이 있다면 수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셧다운된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이 회장의 처지에선 측근들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 쇄신이 꺼려질 수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인사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는 높이 날아 멀리 볼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을 무너뜨린 결정적 원인인 인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지난 2년간 체육회는 죽은 조직이나 다름없었다. 구성원들의 마음이 떠난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추락하고 와해된 조직을 살려내야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구성원들의 떠난 마음을 붙잡기 위해선 체육회의 전면적인 인사쇄신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어쩌면 이번이 ‘이기흥호’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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