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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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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펴낸 오은영 박사 "미성숙한 부모가 자식에겐 평생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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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간 서적을 낸 오은영 박사가 30일 오은영 아카데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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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중 상당수가 자식이 잘되게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비교합니다. 부모는 사랑해서 그랬다지만 자식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받게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오은영아카데미에서 만난 오 박사는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했던 상처가 있다"며 "이 상처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평생을 지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처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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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소아청소년클리닉과 오은영아카데미 대표인 그가 최근 『오은영의 화해』(오은영 지음, 코리아닷컴, 1만6000원)를 펴냈다. 많은 이들의 어린 시절 상처를 보듬어주는 위로와 조언을 담은 책이다.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그는 그동안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등의 육아서를 펴낸 바 있다. '내면의 나와 화해하기'를 강조하는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Q : 이번 책은 육아서는 아닌 것 같다.



A :
"그렇다. 성인들이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우리가 모두 가진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자식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기 쉬운 존재다."



Q : 자식이 부모에게 상처받는 이유는 뭔가.



A :
"강렬한 사랑이 미성숙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목숨을 바쳐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부모에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성숙한 면이 있다. 사랑은 강렬하지만 미성숙한 표현법이나 교육법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Q : 미성숙한 교육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 :
"부모 중 상당수가 따끔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아이를 공격하고,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아이를 비난하고, 북돋워 주기 위해 아이를 비교한다. 마음의 본질은 모두 잘되길 바라는 사랑이다. 하지만 모두 미성숙한 방식이라 자식은 상처를 받는다. 또한 우리는 가르치는 것과 혼내는 것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마!'라고 소리 지르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가르치는 것은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과정이다."



Q : 그런데도 대부분 부모는 미성숙한 교육법을 옳다고 착각한다.



A :
"아이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에 매몰돼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고민하지 않는 거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아이의 감정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 아이에게 불친절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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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는 "자신을 반성하기 보다는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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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관이 깊은 거 같다.



A :
"그렇다. 부모 관계에서도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혼연일체 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모는 강요적인 교육법으로 아이를 가르친다. 아이의 행동뿐 아니라 감정까지 강요하고 굴복시키려 한다."



Q : 이럴 경우 아이는 어떤 상처를 갖게 되나.

A :
"먼저 부모에게 양면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공격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부모를 증오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은 아이의 정서 발달 과정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킨다. 또한 자아와 세상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게 돼 자존감이 낮아진다."



Q : 그렇다면 이미 상처를 받은 성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A :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어떤 유형의 상처에 민감하다면 '왜' 그런지를 알아야 한다. 부모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부모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상처를 주었는지 알아야 한다. '아, 이건 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엄마라는 사람의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Q : 자칫하면 모든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기 쉬울 거 같다.



A :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내가 못나고 부족하고 보잘것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걸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Q : 독자들이 책을 읽고 어떤 변화를 느끼길 바라는가.



A :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상처에 덜 흔들리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과의 화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부모를 미워하고 자책하고 좌절하고 절망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자. 나를 반성하기보단 용서했으면 한다. 그래야 조금은 더 단단하게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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