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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신작보고서] 문영남 내공 믿은 ‘왜그래 풍상씨’, ‘한 방’도 있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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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초록뱀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왜그래 풍상씨’가 미니시리즈로 등장했다. 편성 특성에 맞춰 모습을 바꾸기보다 ‘잘하는 것을 잘하겠다’는 작품의 소신은 어느 정도 통한 모양새다. 여기에 차별점이 하나라도 더해진다면 더욱 신선한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지난 8일 오후 첫 방송한 KBS2 새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이풍상(유준상)과 그의 철부지 동생들이 겪는 일상과 사건사고를 다루는 작품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포부다.

‘왜그래 풍상씨’ 문영남 작가는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등으로 가족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왔다. 주로 주말극 편성을 맡아오던 그는 2005년 방영한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 이후 약 14년 만에 미니시리즈 편성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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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첫 회에서 바람 잘 날 없는 풍상네 가족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강렬한 포문을 연 드라마는 주인공 형제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담아냈다. 발인식마저 첫째 풍상이 혼자 치른다.

첫째 동생 이진상은 도박에 돈 많은 연상녀를 노리며 철없는 행태의 표본을 보여줬다. 둘째 동생 이정상은 이름처럼 그나마 정상적 상태이지만 옳은 소리를 너무 냉철하게 내뱉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의 쌍둥이 동생 이화상은 정반대의 가벼운 성격이다. 돈 많은 남자를 꼬시려는 사치스러운 성향에 온갖 거짓말을 하고 물불 가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과묵한 막내 이외상은 검은 조직에서 활동했던 아픈 이력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장례식장에서 자리도 지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를 극도로 증오하는 형제들의 마음, 점잖게 기둥 역할을 하던 풍상마저 ‘엄마’라고 자처하는 이에게 “당신 때문에 우리 가정이 이렇게 됐다”고 분노하는 모습은 풍상네 가족에 뿌리 깊은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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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방 업&다운

UP: 확실히 흡인력이 있다. 과장된 성격과 터무니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지만 이는 곧 흥미와 공감으로 바뀐다. 문영남의 내공이 드러난다. 죽음을 활용한 임팩트 있는 등장에 알기 쉽게 드러내는 캐릭터의 성격, 웃음과 눈물을 유려하게 넘나드는 스킬, 그리고 은근히 암시하는 앞으로의 좌충우돌 이야기까지 탄탄하다. 여기에 역할의 이미지에 맞는 찰떡 캐스팅,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니 구멍이 없다.

DOWN: KBS 특유의 주말극 냄새가 너무 짙다. 오프닝부터 삽입 음악, 캐릭터, 전개가 주는 임팩트까지 어느 하나 미니시리즈의 느낌은 없다. 기존 주말극과 차별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수목극 스타일’이라는 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주말극과 미니시리즈의 타깃은 확실히 다르다. 자극적인 설정과 과장된 성격 등 기존 매력에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요소가 있어야 한다. 현재 경쟁작인 ‘황후의 품격’은 사극과 현대극의 조화로 막장 속 신선한 조화를 꾀해 인기를 얻고 있다. ‘왜그래 풍상씨’ 또한 탄탄한 스토리 외에도 눈여겨 볼만 한 포인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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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의 눈

주말극 특유의 유치함에 “왜 이렇게 웃기냐”는 웃음 섞인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이런 반응은 작품 자체에 대한 불호로 보이지는 않는다. 믿고 보는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비춰진다. 워낙 인간미 넘치고 흥미로운 전개를 펼치는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기에 이야기에 있어서 호평이 많다.

그래서 편성에 대한 우려 역시 문영남 작가를 향한 팬심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아쉬움으로 해석된다. 일부 시청자는 “주말극으로 갔다면 시청률 대박날 듯” “요일 편성이 아쉽다” “현재 ‘황후의 품격’이 막장으로 대박을 친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등 의견을 냈다.

■ 흥행 가능성

현재 수목극 라인업은 빈틈없다. SBS ‘황후의 품격’은 7%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현재 최고 17%를 넘어서며 전체 드라마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황후의 품격’은 문영남 작가와 가족 막장극 투톱으로 꼽히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 여기에 MBC ‘붉은 달 푸른 해’는 묵직한 울림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 ‘왜그래 풍상씨’ 진형욱 PD는 이미 경쟁작이 자리 잡은 상태를 인지했음에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어설프게 미니시리즈 흉내를 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내기보다 문영남 작가의 강점을 부각하겠다는 포부다.

‘왜그래 풍상씨’ 1, 2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5.9%, 6.7%. ‘붉은 달 푸른 해’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기록이다. 하지만 ‘왜그래 풍상씨’가 진짜로 겨뤄야 할 상대는 아직 종영이 한 달 여 남은 ‘황후의 품격’이다. 자칫하면 따뜻한 이야기에 목말랐던 마니아층만 사로잡고 시청층을 확장하지 못 한 채 2위에 머무를 수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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