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31세 신지애 이유 있는 세 번째 전성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상없는 커리어 비법 ‘운동 중독’

운동-휴식 분리로 스트레스 해소

직접 봉사활동 해 마음 평안 얻어

올 시즌 LPGA 투어서 활약 기대

중앙일보

지난해 일본 메이저 대회에서 3승을 거둔 신지애는 ‘운동 중독’ 소리를 들을 만큼 철저하게 몸을 관리한다. 신지애의 올해 목표는 일본 투어 상금왕. 동시에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도 5개 중 4개 대회에 나간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은퇴한 베테랑 골퍼 강수연(43)은 일본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료 골퍼 신지애(31)를 두고 “아무래도 운동 중독 같다”라고 말했다.

신지애(31)는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매일 오전, 오후로 하루 두 번 1시간~1시간 30분씩 헬스클럽에서 보낸다고 하니 강수연 말이 맞는 것 같다. 신지애는 시즌 중 경기 있는 날에도 하루 30분씩 두 차례 체육관에서 훈련한다. 그는 “계속 운동해서 몸을 깨워야 한다. 그래야 몸이 제대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들은 대부분 고질병을 안고 산다. 그러나 신지애는 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 씨는 “겨울 두 달 정도는 아예 클럽을 잡지 않고 시즌 중 혹사한 근육을 재생한다. 다른 선수는 하루라도 클럽을 잡지 않으면 불안해하는데 지애는 그렇게 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즘은 무리해서 뭔가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신지애는 “15년 동안 못 고친 것이니 지금 바꾸려 해도 잘 안 된다. 훈련 효율도 낮고 스트레스 받아 좋을 것도 없다. 장점을 잘 살리고,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0대 초반엔 “서른 살이 되면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했었다. 리디아 고도 그랬고,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조아연(19)도 서른 살쯤에 은퇴하겠다고 얘기했다.

아직 현역인 호주의 카리 웹(45)은 “한국 선수들은 10대 초반부터 사실상 프로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찍 지치는 것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003년 어머니가 자신을 연습장에 태워주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동생도 돌봐야 했다. 다른 선수에 비해서 정신적인 피로가 더 많았을 것이다.

중앙일보

신지애가 근력을 키우기 위해 기구 운동을 하는 모습. [사진 신지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지애는 스물여섯이던 2014년 말 LPGA투어에서 발을 빼고 일본으로 갔다. 기자는 신지애가 일본에서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으로 여겼다. 워낙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우승은 종종 하겠지만, 주인공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신지애는 세상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꿈을 꿨고 이를 이룬 선수다. 신지애처럼 체구가 작은 선수가 세계 랭킹 1위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다 뒤안길로 물러선 선수는 다시 올라오기 어렵다.

그러나 신지애는 서른 고개를 너끈히 넘었다. 지난해 일본 메이저 4개 중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나머지 트로피 하나는 LPGA 투어에서 초청 선수로 참가한 유소연이 가져갔으니 일본 투어 선수 중에선 신지애 혼자 메이저 대회를 독식한 셈이다.

신지애가 골프를 그만두겠다던 나이 서른살에 거둔 업적이어서 이채롭다. 신지애는 운동중독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하고 생활과 골프를 현명하게 분리할 줄 알며, 골프가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그는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를 했다. 그러면서 운동과 휴식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경기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게 된 후 과거의 경쟁력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신제섭 씨는 “자선활동을 해도 돈만 내는 것이 아니다. 새터민 어린이 등을 찾아가 직접 봉사를 한다. 그래야 봉사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마음의 평안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신지애는 올해 LPGA투어 7개 대회에 출전한다. LPGA투어 메이저 5개 대회 중 4개에 나가 다시 한번 최고 선수들과 맞대결을 벌인다. 물론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니까 출전하는 것이다.

그의 목표인 일본 상금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신지애는 “LPGA투어 메이저 대회는 여름에 열리는데 일본 주요 대회는 가을에 많아 일정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상반기에 LPGA 투어에서 좋은 자극을 받고 가을에 승부를 거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신지애는 “랭킹 상으로는 예전이 더 좋았지만 지금 기량이 훨씬 안정적이다. 실수가 적고 공이 잘 맞는다.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2007년 한 해 동안 KLPGA 투어에서 10승을 거뒀다. 신지애가 추격하면 선두권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마치 전성기 타이거 우즈처럼 공포심을 줬다. LPGA 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2010년도 그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운동 중독' 신지애는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