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추추트레인’ 추신수(37·텍사스)는 인생의 절반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다.
부산고 3학년 때이던 2000년,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137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2001년 스프링캠프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이미 반평생을 타지에서 채웠다. 미국식 사고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추신수는 “아직도 원정을 떠날 때마다 라면을 꼭 챙겨간다. 한국인은 어쩔 수 없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원정을 가면 꼭 휴대용 버너와 라면을 챙겨갔다. 요즘은 커피포트 두 개씩 들고 다닌다. 하나는 라면 전용이다. 아무리 비싼 스테이크를 먹어도 집에 가면 된장찌개나 라면을 먹어야 밥 먹은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그게 한국인”이라며 한국음식 없이는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추신수가 미국으로 떠나기 앞서 일찌감치 그를 만나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보내는 설 인사를 들었다. 좌절과 환희가 교차했던 미국 생활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대박계약’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거침없이 쏟아낸 추신수는 “스포츠서울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응원도 많이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 답게 맺고 끊는 게 명확하다. 싫으면 티도 낸다. 대신 좋으면 거침없이 ‘올인’ 한다. 덕분에 모든 야구인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야구 귀신’들이 모인 그곳에서도 베테랑으로 예우 받고 있다. 프로생활 자체를 미국에서 시작했으니 야구선수 추신수의 마인드는 비지니스맨 그 자체다. 자신이 얼만큼 상품가치가 있는지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타격폼을 수정한 것도 “어찌보면 도박”이라고 말하면서도 “단점을 보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다. 빅리그에서 훈련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어 흘린 땀의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유명한 만큼 안티도 많다. 까칠한 성격을 꼬투리 잡아 헐뜯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을 법 한데도 그는 “타고난 성격이라 어쩔 수 없다”며 웃어 넘겼다. 추신수는 “큰아이 무빈이는 체격은 나보다 큰데 여린 편이다. 야구든 풋볼이든 열심히 준비하지만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반대로 둘째 건우는 평소에는 배려심도 깊고 착한데 승패가 걸린 일에는 목숨을 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지면 울고 불고 난리다. 이런걸 보면 성향은 타고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첫째 무빈군은 의젓하고 침착한 아내의 성격을, 둘째 건우군은 승부욕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근성을 닮은 것 같단다.
‘올인’하는 성격 탓에 이렇다 할 취미도 없다. 가끔 자녀들과 낚시를 가거나 캠핑을 떠나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는 ‘집돌이’다. 그는 “한 가지를 하면 파고 들어야 하는 성격이다. 적당히라는 단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할거면 제대로,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위에서 골프라도 치라는 조언을 하지만 “골프채를 잡는 순간 타이거 우즈를 목표로 삼지 않을까 싶다. 가족도 내팽개치고 필드에만 나가 있으면 가장으로 도리가 아니다. 안하는 게 낫다”며 웃는다. 그가 30년 가까이 야구 한 우물만 팔 수 있던 이유가 타고난 성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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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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