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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외야수 정근우·투수 하준호, 베테랑들의 품격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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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프링 캠프에서 외야 훈련 중인 한화 정근우. 사진제공 | 한화이글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BO리그에서 베테랑들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육성과 리빌딩 열풍이 불면서 구단마다 젊고 유망한 자원의 빠른 성장을 위해 일찌감치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베테랑의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사정을 이해하고 다른 방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베테랑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한화 정근우(37)와 어느덧 베테랑 대열에 합류한 KT 하준호(30)가 그렇다.

대부분의 커리어를 2루수로 보낸 정근우는 선수 생활 황혼기에 포지션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시즌에는 주 포지션인 2루를 성장하고 있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주로 1루수로 경기에 나섰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정근우는 단 한 번의 불평 불만 없이 팀이 원하는 바를 충실히 이행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도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준 정근우의 자세를 칭찬했다.

올해 역시 정근우는 도전에 나선다. 이번엔 외야수 변신이다. 그는 과거에도 좌익수, 중견수 등으로 출전한 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본격적으로 외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정근우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 캠프에서 1루 훈련과 함께 외야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같은 내야인 2루에서 1루로 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내야수가 외야수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근우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근우는 캠프에서 진행된 3차례의 평가전에서 모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위치가 어디가 됐든 더 많은 경기를 뛰면서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싶어하는 게 정근우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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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하준호가 26일 고척 넥센전에서 3-0으로 앞선 4회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로 출루해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하준호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중대한 결심을 했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투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하준호는 부상과 수술 여파로 2013년부터 타자로 전향했다. 2015년 KT로 트레이드 된 하준호는 꾸준한 기회 속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군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사이 KT 외야는 하준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탄탄해졌고 하준호는 선택을 내려야 했다. 2018시즌 종료 후 구단에서 먼저 하준호에게 투수 전향 의사를 전했고, 하준호가 이를 받아들여 프로 초년생 시절 꽃피우지 못한 투수로서의 꿈을 다시 한 번 꾸게 됐다. 다시 투수 글러브를 낀 하준호는 대만에서 진행되고 있는 KT 퓨처스 캠프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근우와 하준호는 자존심보다 도전 정신을 내세웠다.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더 오랜 기간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어떤 고민과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를 두 선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두 선수의 결단이 KBO리그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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