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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MK현장]이미자, 데뷔 60주년에도 여전한 전설의 `동백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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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데뷔 60주년을 맞은 가수 이미자. 사진|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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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열아홉 순정', '지평선은 말이없다',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자의 일생', '기러기 아빠', '아씨', '못 잊을 당신', '여로', '낭주골 처녀', '정든섬', '안 오실까봐', '모정', '노래는 나의 인생'. 제목만 들어도 주옥 같은 명곡들로, 반세기를 넘어 무려 60년 동안 노래 외길로 국민을 위로한 가수가 있다. 이젠 더 이상 '엘리지의 여왕'이라는 대표 수식어로는 설명이 불가한, 가요계 '살아있는 전설'이자 '전통가요의 영원한 국보' 가수 이미자(78)다.

1941년생.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자는 방년 19세이던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 60년째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미자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그 자체다. 대한민국의 성장사와 발맞춰 쉼 없이 노래해왔다. 민족의 시련과 한, 특히 여성과 엄마의 아픔을 담은 곡들을 다수 발표해 청자를 위로해왔다.

'최초', '최다' 수식어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는 1973년 베트남전쟁시 한국군을 위한 최초의 위문공연, 2002년 평양에서의 최초 단독 공연을 치른 바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수만 해도 560장을 훌쩍 넘어섰으며, '섬마을 선생님',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여자의 일생' 등 총 2500여 곡을 불렀다. 그의 기록은 이미 90년대 기네스북에 한국 최다 기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의 노래와 음악을 사랑해 준 많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새 음악편지(신곡)를 들고 돌아온다. 제목은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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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60주년 기념 음반 및 신곡 발표회를 개최한 이미자는 "60년 동안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렵고, 견디기 어려운 시대가 더 많이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했다"면서도 "1960년대 큰 사랑 받은 이유는 너무나 어려웠던 그 시대의 흐름에 노랫말이나 내 목소리가 맞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자에게 특히 어려웠던 순간은 그의 히트곡이 수십년간 방송 금지 됐던 당시였다. 이미자는 "어려웠던 순간은 많지만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이미자의 3대 히트곡이 전부 금지곡으로 묶였던 때였다"고 말했다. 그는 "35주간 KBS 차트에서 1위를 했던 곡이 하루아침에 차트에서 사라졌다. 그러면서 무대고 어디고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나의 가장 큰 히트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를 어디서도 못 들었는데, 그건 내 목숨을 끊는 것과도 같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장하게 잘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미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나의 3대 히트곡을 사랑해주신 팬들께서 한사코 부르셨다. 금지곡으로 나오든 안나오든 불러주셨다. 그 힘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전통가요 수호자로 살아오며 느낀 소회도 밝혔다. 이미자는 "나는 가장 바빴을 때나 가장 기뻐야 했을 때, 항상 뒤에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은 노래다' '천박하다' '이미자의 노래는 상급 클래스 사람들이 듣기엔 창피하다' '당시 이미자의 노래는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는 꼬리표가 나에게 참 소외감이었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서구풍의 발라드풍의 노래 부를 수 있는데, 나도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주변이 없어서인지, 참아왔다. 견뎌왔다. 아마도 지금의 60년이 흐르고 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정말 잘 절제하면서 잘 지내왔구나, 잘 지탱해왔구나 하는 걸 갖고 자부심까지 갖고 있다"고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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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이번에 발매하는 기념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을 통해 신곡도 발표한다. 신곡을 수록한 데 대해 이미자는 "나는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60주년이 되면서 감사하게도 60주년 기념공연을 가질 수 있게 됐구나 싶었고,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보답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녹음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신곡 가사 관련, "시인 김소영 님께 60주년 맞으면서 내 말을 들어서 표현을 잘 해달라고 하고 부탁드렸더니 구구절절히 내 마음이 잘 표현해주셨다"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우리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내 사랑 내 젊은 다시 멈출 수는 없어도 나 이제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감사합니다' 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총 3CD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이미자의 대표 음악을 엄선, 신곡과 옛 곡을 리마스터링한 앨범이다. 옛 곡을 다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 편곡해 소리의 질감을 더욱 높였고 리마스터링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맑게 제작됐다.

이미자는 "앨범은 총 3장의 CD로 구성됐는데 CD1은 감사를 담은 주제곡으로, CD2는 '동백아가씨' 등 우리 전통가요라고 할 수 있는 것들로 묶었다. 그리고 CD3는 내 노래보다도 더 신경써서 녹음했다"며 말을 이었다.

이미자는 "우리는 시련과 한을 갖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대에 우리의 가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그 노래로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그 노래로, 우리 선배님들이 가요의 원조인 그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위안 삼고 오던 시대였는데 그 시대의 곡들 그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강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지금은 녹음해놔서 영구히 보존할 수 있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정말 많은 곡이 있지만 거기서 고르고 골라서 20곡을 마련했다"고 구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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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이뤄질 지 안 이뤄질 지 모르지만 부디 우리 후세에 이 곡들이 영원히 남겨져서 '이 때 가슴에 와닿는 이런 곡들이 있었구나' 할 수 있게, 우리 가요의 원조가 부디 후세들에게 영원히 남겨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는 이미자는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몇 수십년이 흘러도 우리 가요가 남겨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라며 "이 CD 중 가장 신중히 생각해 고른 곡들이 CD3다"고 말했다.

녹음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미자는 "현재의 내 목소리를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열 서너곡을 지금 내 목소리로 담아봤다. 요즘은 아날로그가 사라지는 시대인데, 나는 일반 콘서트에서 하는 그대로의 라이브를 넣고 싶어서 이번 녹음은 악단 전체가 한꺼번에 라이브로 녹음했다"고 밝혔다.

목소리의 변화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미자는 "이번 앨범에는 20대, 30대, 40대부터 70대까지의 내 목소리를 다 넣었다. 아마 들어보시면 목소리도 녹음 상태도 현저히 다를 것"이라며 "노래도 내가 들으면 부끄러울 정도지만 60년간 지나온 세월 동안 이미자의 목소리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걸 느끼실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이미자는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5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노래 60주년' 타이틀의 콘서트를 진행한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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