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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인터뷰②] 이진영 "선수들이 원하는 답 주는 코치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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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이진영의 통산 2000안타 달성 순간. © News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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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인식 기자 = 쌍방울에 입단해 SK, LG, KT를 거치며 통산 2125안타를 누적한 이진영(39)이 20년에 걸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김평호 대표팀 전력분석 총괄 코치의 제안을 받은 이진영은 대표팀 전력분석요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한 뒤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이었던 이진영은 선수 시절에 이어 은퇴 후에도 대표팀과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대표팀 활동을 하더라도 1년 내내 하는 것은 아니기에 연수를 진행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 일본 연수를 염두에 뒀던 이진영은 은퇴 후 그동안 소홀했던 가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일본어 공부도 하며 연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이진영이 그리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은 ‘동반자’다. 이진영은 "선수 때부터 생각한 코치의 모습은 '선수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코치가 선생님이었고, 가르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가르치는 것보다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선수들이 다가왔을 때 선수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에게 도움이 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공부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진영은 "선수들은 자기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검증을 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거기서 잘 도와주는 것이 코치가 할 일이다. 그러려면 내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야구가 아닌 다른 것이라도 코치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은퇴하고 휴식하면서 어떻게 지냈나.
▶ 20년간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고, 바쁘게 지낸다. 유소년 야구 관련 재능기부 활동도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그 시절에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유소년들이 야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연수 준비도 하고 있다. 틈틈이 일본어 공부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이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쌓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고, 내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

한편으론 허전한 마음도 있지만, 이제는 다른 것들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 불러주셔서 영광이다. 앞으로 1년 정도는 바쁘게 보낼 것 같다. 대표팀에 합류해서 다른 팀 경기를 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될 것이다.

- 유소년 야구 관련해서는 어떤 재능기부 활동을 했나.
▶ 최근에는 프로야구선수협에서 개최한 유소년 야구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선수들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야구를 하고, (같은 시간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나와 (이)호준이 형이 강연을 했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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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이 지난달 송파B리틀 주니어야구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능기부활동 모습(이진영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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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 하시는 질문은 모두 우리가 어렸을 때 겪었던 것들이었다. 진로 문제나 선수들의 신체 발육, 부상 방지 등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해주셨다. 나도 어렸을 때 부상을 당해봤고, 키도 작았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명쾌하게 답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자리가 있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선수 시절 잔부상은 많아도 큰 부상은 없었는데 관리는 어떻게 했나.
▶ 내 부상 중 가장 잦았던 것은 햄스트링이었다. 햄스트링은 뛸 수 있는 능력에 비해 과체중이거나 유연성이 부족할 때, 근력이 떨어졌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극복하려면 준비밖에 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다치면 그 부위는 계속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부상을 핑계로, 아니면 부상을 당할까봐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상을 당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부상을 당할 것을 예상하고 천천히 뛴다면 부상을 안 당할 수는 있어도 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최대한 준비해서 부상을 안 당하도록 하되, 부상을 우려해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것보다는 100% 상태인 다른 선수가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 부상이 반복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몸이 약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최대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부상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후회는 없다.

- 은퇴 후 지도자나 해설위원 욕심은 없었나.
▶ 공식적으로는 제의 받은 것이 없었다. 은퇴 후에 조금 기다리던 상황이었는데, 모든 팀에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공부를 더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자고 결심했다.

- 은퇴 계획은 언제부터 있었나.
▶ 계획은 늘 있었다. 언제 은퇴해야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을지 베테랑이 된 뒤부터 항상 생각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KT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팀이 육성 위주로 가겠다는 말을 해서 은퇴를 결심했다.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려는 생각이 있었다.

나 역시 어린 나이에 경기에 뛸 수 있었고, 그것이 혜택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지만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은퇴하게 된 선배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더 할 수도 있었겠지만 후배들도 나처럼 커리어를 보내려면 어렸을 때 자리를 잡아야 한다. 구단의 생각이 그렇다면 은퇴를 하겠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얘기했다.

원래 내 계획은 이번 시즌까지 선수로 뛰고 은퇴하는 것이었다. 계획보다는 1년 정도 앞당겨졌지만,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잘할 수 있을 때 은퇴하는 것이 목표였다.

- 은퇴식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 은퇴식은 KT 이숭용 단장이 해주신다고 약속해주셨다. SK나 LG와의 경기에서 하는 것을 팬들이 원하실 것 같고, 나도 팬 분들 앞에서 축복받으면서 은퇴하면 좋을 것 같다.

- 연수를 일본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 가장 자신 있는 것이 타격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세밀한데,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스타일은 정교한 스타일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일본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 미국은 큰 야구를 하는데, 그 부분도 궁금하다. 일본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공통점도 분명 있을 것이고, 다른 것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종적인 꿈은 역시 지도자인가.
▶ 그렇다. 선수 때부터 생각한 코치의 모습은 선수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코치가 선생님이었고, 가르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가르치는 것보다 도와준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선수들이 다가왔을 때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은 자기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검증을 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거기서 잘 도와주는 것이 코치가 할 일이다. 그러려면 내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야구가 아닌 다른 것이라도 코치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김성래, 김경기, 박승호, 이숭용 코치(현 KT 단장) 등 많은 코치님들이 기억에 남는다.

김성래 코치, 박승호 코치는 타격을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신 선생님이었다.

김경기 코치는 마인드컨트롤 하는 방법에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뭐든 말할 수 있는 편한 코치님이었다. 김경기 코치는 절대 먼저 무엇을 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고, 내가 궁금증이 있으면 언제든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이었다.

그리고 이숭용 코치는 내가 베테랑으로서 힘들 때, 외로울 때 도움을 많이 주셨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지도 방식들이 모두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 정답이 아닌 것을 선수들에게 적용하다보면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얼마나 선수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무조건 동의해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필요한 말을 해줘야 한다.
n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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