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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현장인터뷰]임중용·김남일·김두현처럼…인천 캡틴 남준재의 '주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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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준재가 19일 남해에서 만나 본지와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해 | 정다워기자


[남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인천의 새 주장, 바로 남준재(31)다.

남준재는 2019시즌 인천의 캡틴으로 낙점됐다. 남준재는 인천 팬 사이에서 신망이 가장 큰 선수다. 사실 남준재는 인천에서 뛴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2010년 인천에서 프로 데뷔했으나 한 시즌 만에 전남으로 이적했다. 이후 제주를 거쳐 인천에 복귀한 게 2012년의 일이다. 이후 세 시즌을 뛰다 성남으로 이적했고, 지난해 여름 다시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따지고 보면 만으로 4년 정도 뛰었을 뿐이다. 하지만 남준재를 향한 지지는 강력하다. 평소 남준재만큼 팀 충성도를 보이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장 완장이 어울리는 선수도 없다. 19일 남해의 인천 훈련 캠프에서 만난 남준재는 “그래서 더 부담스럽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라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안데르센 감독이 콕 찝은 주장
주장 선임 과정은 팀마다 다르다.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뽑기도 하고, 감독의 결정으로 선임되기도 한다. 인천은 후자 쪽이다. 요른 안데르센 인천 감독은 남준재를 주장으로 선택했다. 지난 시즌 여름 팀에 들어와 14경기에서 출전해 4골2도움을 기록하며 잔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가 남준재다. 실력만 본 것은 아니다. 임중용 인천 코치는 “개인적으로 준재가 없었다면 우리 팀은 강등 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간에 팀에 들어와 흔들리는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라고 말했다. 나이도 팀에서 세 번째로 많아 최적의 주장 후보였다. 남준재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래도 팀을 위해서라면 감독님 지시를 따라 좋은 주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준재는 후배들 사이에서 카리스마 있는 선배로 통한다. 할 말은 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일부 후배들의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보고 남준재는 따끔하게 충고하며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았다. 남준재는 “제가 주장이 되니 후배들이 긴장을 좀 하는 것 같다”라며 웃으며 “고민이 많다. 어떤 주장이 돼야 하는지, 후배들을 어떻게 대해야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 생각한다. 요새 통 잠을 못 잔다”라고 덧붙였다. 주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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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레곤즈의 경기가 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다.인천 남준재가 전반전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8. 12. 1.인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임중용~김남일~김두현, 남준재의 롤모델
다행히 남준재는 좋은 주장의 사례를 잘 안다. 신인 시절엔 임중용이라는 존재감 큰 주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코치와 주장으로 협업하고 있다. 2013년에는 김남일이 인천의 캡틴이었다. 인천이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오른 시즌 리더였다. 성남으로 이적한 2015년에는 김두현을 경험했다. 남준재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리더십을 참고해 좋은 주장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남준재는 “정말 좋은 주장 형들을 많이 만났다. 임 코치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할 말은 하면서도 헌신적인 분이었다. 남일이 형도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말은 많이 안 하셨지만 존재만으로도 선수들이 의지했다. 선수들의 신뢰가 대단했다. 두현이 형은 부드러운 카리마스를 갖춘 분이었다. 화려한 경력과 실력에 비해 겸손하셨다”라며 “세 분의 리더십을 잘 참고해 우리 팀에 맞는 주장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남준재가 언급한 세 사람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실력 하나는 출중하다는 점이다. 임 코치는 은퇴가 임박한 2010년에도 리그 26경기에 출전했다. 김남일은 당시 축구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공수에 걸쳐 완벽했다. 김두현도 성남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이끄는 좋은 활약을 했다. 남준재는 “주장의 베이스에는 실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장이 꾸준히 뛰지 못하고 실력이 없으면 팀원들이 믿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다. 말을 듣지도 않을 것이다”라며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실력이 중요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주장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축구 이야기는 후배도 마음껏”
앞서 말한 대로 남준재는 후배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주장이 아니다. 남준재도 후배들을 마냥 편하게 대할 생각이 없다. 다만 한 가지에 대해서는 자유를 허용할 생각이다. 바로 축구에 대한 이야기다. 남준재는 “생활, 예의, 조직에 대해서는 규율이나 규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은 조직이기 때문에 일부가 분위기를 해치면 팀 전체가 나빠질 수 있다”라며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그러나 축구 이야기는 후배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팀에는 선후배가 있지만 축구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동료로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플레이를 요구하고 싶은지,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의견이 있다면 후배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주장으로서 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더, 남준재는 지갑을 여는 주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밥이든 커피든 팀에 도움이 되면 후배들에게 언제든 사겠다는 생각이다. 남준재는 “좋은 주장 형들은 모두 지갑을 잘 열었다. 늘 돈을 준비하는 주장이 되겠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서로 소통하고 싶다. 배가 고픈 후배들은 언제든 찾아와도 좋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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