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탈북한 김철송, 한국서 레슬링 입문…4년 만에 고교 평정
탈북 레슬링 유망주 김철송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초의 탈북민 출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위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에 단비 같은 선수가 나타났다.
서울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철송(19·자유형 65㎏급)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레슬링에 입문한 김철송은 최근 한국 최고의 실업팀인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고교 2학년 학생이 실업팀, 그것도 올림픽 메달의 산실인 삼성생명에 조기 입단하는 건 드문 일이다.
삼성생명 지도자이자 대표팀 총감독인 박장순 감독은 "김철송은 좋은 운동신경과 감각을 갖춘 선수"라며 "한국을 대표할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철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2011년 부모님, 동생과 함께 함경북도 청진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이다.
김철송은 북한에서 꽤 유복하게 자랐다. 아버지는 군 장교, 어머니는 교사였다. 남부러울 것 없었다.
그는 북한에서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도 했다.
이런 그가 북한을 떠난 건 만 11세 때인 2011년이었다.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한 친척이 김철송의 부모님을 설득했고, 네 식구는 결단 끝에 국경을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들어온 이들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철송은 "친구들과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라며 "처음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배웠던 축구는 이런 김철송에게 희망의 끈이 됐다. 그는 "처음엔 적응을 못 했는데, 축구를 하며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축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체중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100m를 12초대에 주파한 게 컸다.
김철송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레슬링부에 눈에 띄어 종목을 전향했고, 이후 특유의 스피드와 뛰어난 태클 기술을 앞세워 한국 유소년 레슬링 무대를 휘어잡았다.
그는 레슬링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전국 대회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에서 각각 1개씩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포듐에 오르며 차세대 레슬링 간판으로 떠 올랐다.
김철송은 탈북민 출신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며 "그동안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는데, 올림픽 금메달을 전해드리면 누구보다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북측 선수들과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라는 질문에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사실 북한사람들도 한국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편견 없이 한 명의 선수로 나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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