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이 지난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에서 열린 2019 혼다 LPGA 타일랜드 최종라운드에서 티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순둥이’ 양희영(30)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승을 따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은 동료 선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숏 게임 능력도 향상 돼 지난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에서 막을 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짜릿한 한 타 차 우승을 거머쥐었다.
부드러운 스윙 탓에 “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친다”는 얘기를 듣는다. 양희영은 그럴 때마다 “렉시 톰슨 못지 않게 강하게 치려고 최선을 다한다”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실제로 양희영은 혼다 타일랜드 최종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77야드(약 253.3m)를 기록했다. 대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도 268야드(약 245m)로 장타자 부럽지 않은 거리를 냈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67.9%(38/56)으로 평균 수준이었지만 그린적중률 81.9%(59/72), 샌드세이브 75%(3/4), 평균 퍼트 수 28개(홀 당 1.56개) 등 짧고 정교한 샷도 일품이었다.
부드러운 스윙의 대명사인 롯데 이대호.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
물흐르듯 부드러운 스윙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37·롯데)를 연상케 한다. 동글동글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미소도 비슷하지만 부드러운 스윙도 빼다 박았다. 특히 임팩트 순간까지 몸의 중심을 낮게 유지하면서 앞 무릎(왼쪽)을 굽힌 상태로 클럽(방망이)이 빠져나가는 자세를 유지하는 유연성이 발군이다. 무릎이 구부려진 상태로 임팩트가 이뤄진다는 뜻은 힘을 클럽에 완벽하게 전달하면서도 상하체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몸통 스윙’으로 불리는 이상향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스윙을 장착한 이대호는 “오랜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폼”이라며 “구종이나 볼 궤적에 따라 무릎이 펴지기도 하지만, 반복훈련을 통해 가장 좋은 타구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 몸이 기억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이대호는 “스윙할 때 왼쪽 어깨가 닫혀있어야 하고, 손이 배트보다 먼저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릎이 무너지면 안된다”고 밝혔다. 덕분에 이대호는 스윙 후 헬멧이 벗겨지는 등의 과도한 오버스윙을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살아있는 공을 때리기 때문에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중심이 투수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경우는 있지만, 이대호의 임팩트 순간은 사람인(人)자를 그릴 수 있을만큼 안정감이 느껴진다. 양희영의 스윙도 마찬가지다. 백스윙 톱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왼쪽 어깨가 닫혀 있고, 몸통의 회전력으로 자연스러운 ‘핸드 퍼스트’를 만들어낸다. 임팩트부터 폴로스루까지 왼쪽 골반을 중심으로 세워둔 벽도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팔이 아닌 몸통으로 스윙하기 때문에 가능한 자세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LPGA 4승을 거머쥔 양희영(오른쪽)이 지은희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
그는 “어릴 때에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임팩트 이후에 손목을 사용해 릴리스를 했다. 2015년 경부터 이 스윙을 교정하기 시작했는데 이른바 보상동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손목을 과도하게 쓰면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 일관된 스윙을 하기 어렵다. 팔이 아닌 몸통 회전만으로 스윙을 하면 백스윙과 다운스윙, 폴로스루로 이어지는 과정에 불필요한 보상동작이 사라진다. 손목에 힘이 빠지기 때문에 채가 낭창해져 비거리도 향상된다.
억지스럽지 않은 유려한 스윙. ‘로고 없는 모자’를 쓰고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이름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양희영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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