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NC 다이노스 2대 이동욱 감독(44)은 KBO 역사상 활동이나 경력 면에서 역대 지도자들과 견줘 가장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Key)’이다. 현역 10명 감독 가운데서도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지도자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만 했던 성실함이 NC의 2대 감독으로 발탁된 배경이다.
전임 김경문 감독(60)과는 나이나 스타일에서 완전히 다르다. 김 전 감독은 전권을 휘두르는 카리스마 스타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장악했다. 코칭스태프조차 늘 긴장해야 할 정도로 휘어 잡았다. 창단 당시에는 카리스마의 김 전 감독 스타일이 맞았다. NC를 빠르게 플레이오프 경쟁 팀으로 이끌었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면 강력한 지도력은 더 오랫동안 이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가을야구로 만족해야 했고 오랫동안 이어진 장악력은 모두에게 피로감을 안겼다. 결국 지난해 한계를 드러냈고 중도하차하면서 팀은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NC는 경력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로우 프로파일인 이 감독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거꾸로 보면 앞으로는 감독 한 명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구단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은 전통도 고려하는 탓에 로우 프로파일 감독을 웬만해서는 선택하지 않는다. 그룹 주변에서 듣는 소리도 있고 실패했을 때 부담도 따르게 마련이다. 한화 이글스가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삼성 구단 사장을 지낸 김응룡, 김성근 전 감독을 연이어 사령탑에 앉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가 짧고 기업 규모가 작은 구단은 예상을 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키움, NC 등이 대표적이다. 키움이 팀 매니저 출신의 장정석 감독을 선택한 것이나 NC가 이동욱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것에서 잘 드러난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감독을 선택할 때 연봉도 시장가보다 적다. 이 때 구단은 갑의 위치가 된다. NC 김종문 단장은 “이동욱 감독에게 연봉을 적게 준 게 아니다. 삼성에서 2017년 김한수 감독에게 준 연봉 2억 원과 같다”며 적정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은 김한수 감독에게 계약금 3억 원을 지급했다. 키움의 장정석 감독도 대외적으로는 계약금 2억 원 계약기간 3년으로 총 8억 원을 보장받았다. 이동욱 감독은 2년 보장에 총 6억 원이다. 김경문 전 감독은 2017년 3년 재계약 때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총 20억원을 받았다. 연봉은 자존심이다.
NC 프런트의 주도권은 이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와 코칭스태프 구성에서 엿보인다. 보통 신임 감독은 자신이 믿을 만한 코치 한 두명과 함께 한다. 감독이 신임일 때 수석코치는 경험이 동반된 코치를 앉히는 게 일반적이다. 전준호 작전코치를 제외하고는 이 감독을 비롯한 전체 코칭스태프들은 좋게 말해서 젊고, 부정적으로는 경험이 부족하다. 시즌 도중 연패 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에 권한을 분배하고 나는 전체적으로 판단한다.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자율을 보장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운영에 대해서도 “선수 9명이 아닌 엔트리 25명을 두루 활용하면서 주전과 백업의 차이를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은 5선발만 미정이다. 불펜은 한 경기를 이기는 무리한 운용은 하지 않을 참이다. 불펜도 계획된대로 로테이션을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발이 5~6이닝을 던져줘야 한다”고 선발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감독의 시즌 전 구상과 원칙이 지켜질지는 성적이 답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는 ‘초보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는 게 있다. NC의 이동욱 감독 선택은 일종의 도박이다. 이 감독의 성공은 경력은 화려하지 않아도 성실하면 선택받는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알려주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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