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베테랑 선수가 아들이나 손주뻘 선수들을 상대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쉰아홉에 준우승했던 톰 왓슨은 "골프는 근육이 아닌 지혜로 하는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짐 퓨릭은 5타 차 공동 6위로 출발해 5타를 줄이며 한때 클럽하우스 선두에 올라 300야드 장타를 날리는 20~30대 선수들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퓨릭은 "오랜만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어 뜨거운 열기와 압박감 속에서 샷을 날려 좋았다"고 했다.
퓨릭은 "내 퍼스트 네임이 요즘 '48세(48-year-old)'로 바뀌었다"고 해 사람들을 웃겼다. 5월 12일이면 '49세 짐 퓨릭'이 된다. 그는 이날도 '나무에서 낙지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8자(字) 스윙'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그는 스윙은 허술해 보이지만 늘 페어웨이를 지킨다고 해서 '미스터 페어웨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는 올 시즌 장타 부문에선 271.9야드로 212위이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81.19%로 1위다. 그는 PGA 투어 한 라운드 최저타(58타) 기록도 갖고 있다. 주말 골퍼를 연상시키는 스윙으로 메이저 대회인 US오픈(2003년)을 포함해 통산 17승을 거뒀다. 어린 시절 골프장 프로로 일하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스윙을 1994년 PGA 투어 데뷔 이후 지금까지도 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손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선수가 아닌 미국팀 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7개 대회밖에 치르지 못하면서 올 시즌 조건부 시드로 뛰고 있다.
마지막까지 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짐 퓨릭.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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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번 대회 동안 올랜도에서 열리는 자녀들의 비치 발리볼과 라크로스(그물채로 공을 던지거나 잡는 경기로 하키와 유사함) 경기를 보러 가려다 2주 전 혼다클래식에서 공동 9위에 오른 덕분에 집 근처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퓨릭은 세계 랭킹이 167위에서 57위로 뛸 전망이어서 2주 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와 마스터스 출전 가능성도 높였다. 올해 49세 필 미켈슨의 우승으로 골프를 더 즐기게 됐다고 하는 팬들이 많다. 스윙도 거의 주말 골퍼처럼 보이는 퓨릭의 가세가 더 큰 즐거움을 줄 것 같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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