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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한 방보다 결정타…‘참을 줄 아는’ 두산 외인 타자 페르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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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타석에 삼진 3개 ‘교타자’

홈런 없지만 결승타 4개로 1위

“타격 스타일 바꿔 인내력 키워”

경향신문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의 홈경기에서 1회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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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외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한 방이다. 호쾌한 스윙으로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한 방을 때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두산 타이론 우즈는 1998년 42개 홈런을 때려내며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해 우즈는 삼진 115개를 당했다. 삼진율(삼진/타석) 22.1%였다.

두산의 새 외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는 기존의 외인 타자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교타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결정타 부족’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타율(0.406)과 출루율(0.474)을 바탕으로 강한 두산 타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홈런은 아직 없지만, 결승타가 벌써 4개로 리그 1위다.

삼진 안 당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새 리그에서 새 투수를 만나는데도 삼진을 안 당한다. 38타석에서 당한 삼진이 겨우 3개로 삼진율이 7.9%밖에 되지 않는다. KIA 해즐베이커가 삼진 14개를 당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참을 줄 아는 타자’다.

가장 빛나는 장면은 개막 직후인 지난달 26일 키움전에서 나왔다. 1-1로 맞선 1사 만루, 페르난데스는 볼카운트 1-2로 몰렸고 이보근의 포크볼이 기막히게 움직였지만 이를 참아냈다. 2-2에서 또다시 포크볼이 떨어졌는데 또 골라냈고, 결국 7구 승부 끝에 밀어내기 결승타점을 올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그걸 참아내더라”며 칭찬했다. 페르난데스는 “사실 쿠바와 미국에서 뛰면서 포크볼이라는 구종을 상대해본 적이 별로 없다”면서 “전력분석팀이 많은 정보를 줬고 이를 바탕으로 골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래 ‘교타자’는 아니었다. 2007~2008년 쿠바리그 데뷔 시절, 안타 90개를 때리고도 타율이 2할9푼에 그쳤다. 페르난데스는 “WBC 쿠바 대표팀 지명타자였던 팀 선배 요안디 갈로보로부터 ‘그렇게 치면 안된다.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타석에서 스타일을 바꿨다”고 말했다. 참는 데 집중했고, 출루율이 꾸준히 올랐다. 데뷔 시절 0.343이었던 출루율이 2013~2014 시즌에는 0.482까지 올랐다. 트리플A에서 보낸 두 시즌 출루율도 0.397이나 된다. 그때 삼진율이 겨우 8.6%였다.

페르난데스는 ‘참을 줄 아는 능력’을 인정받아 두산의 2번 타자로 나선다. 최근 장타력을 갖춘 ‘강한 2번’이 트렌드지만, 페르난데스가 출루하면 두산의 클린업 트리오가 충분히 불러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기용이다.

2일 잠실 KT전에서 페르난데스는 1회 무사 1루에서 호쾌한 2루타로 결승타를 추가한 뒤 8회 쐐기 2루타를 더했다.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3타점 활약 속에 9-0으로 완승, 이날 롯데에 패한 SK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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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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