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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골프는 오거스타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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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의 아멘코너인 13번 홀에서 그린을 읽고 있는 제니퍼 컵차(오른쪽).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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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미국 골프 채널 등 미국 미디어들은 7일(한국시간) 벌어진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ANWA)'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우승, 준우승자인 제니퍼 컵초(미국)와 마리아 파시(멕시코)는 같은 기간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오거스타를 택했다. ‘꿈의 무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두 선수는 지난해 말 LPGA 투어 Q시리즈에 나가 투어 카드를 땄다. 그러나 아직 프로 전향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 4학년생으로써 자신이 속한 팀의 마지막 시즌에 기여하고 싶고, ANWA 에 참가하고 싶어 그랬다고 한다.

기다린 김에 7월까지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하면, US여자오픈에도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여자 골프 최고 권위 대회였던 US여자오픈에 큰 관심은 없는 듯하다. 대학연맹전을 치른 직후 프로로 전향해 LPGA 투어에 나갈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이나 ANA 인스퍼레이션 보다 ANWA를 중시한다고 봐야 한다. 얼핏 봐서는 이런 결정이 논리적이지 않다.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는 공식 대회가 아닌 프라이빗 골프 클럽이 주최하는 초청 이벤트일 뿐이다. 그래서 대회 이름에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최 클럽이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이니 일반론은 적용되지 않는다. 선수와 팬들, 미디어까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리는 대회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위상은 달라진다. 남자 골프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가 그렇게 메이저 대회가 됐다.

초대 대회인 올해 ANWA는 미국 지상파 방송인 NBC에서 중계했다. 2만2000개의 티켓도 지난해 일찌감치 다 팔렸다. 대회 스폰서 중 하나인 롤렉스는 “위대한 전통이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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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개막식에서 시타를 한 LPGA 레전드 로레나 오초아, 안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낸시 로페스(왼쪽부터).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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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PGA 투어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과 각 투어의 일정 조정 함수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큰 줄기는 오거스타가 정한다”면서 “골프에서 가장 힘이 세기 때문에 다른 조직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LPGA 투어는 PGA 투어를 피해 다닌다. PGA 투어가 미국 동부에서 경기하면 LPGA 투어는 서부로, PGA가 서부로 오면 LPGA는 동부, 혹은 아시아로 대회지를 옮긴다.

경기 시간이 달라야 LPGA 투어도 생중계, 그러니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먹이사슬 위에 있는 PGA 투어 대회는 메이저 대회에 비하면 마이너 대회다. 메이저대회의 일정이 하나 움직이면 PGA 투어 대회 전체가 출렁거린다.

LPGA 투어는 남자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동안엔 아예 대회를 열지도 않는다. 관심이 남자 메이저대회에 쏠려 LPGA 투어 스폰서는 홍보 효과를 거의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 간에도 서열이 있다. 마스터스가 먹이 사슬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다. 디 오픈과 US오픈의 오랜 전통은 화려한 마스터스의 위세에 점점 밀리고 있다. 메이저 중 가장 약한 고리인 PGA 챔피언십은 다른 메이저 대회에 밀려 일정을 여러 번 옮겼다.

골프 관계자들은 “다른 메이저대회는 상관없지만, 마스터스에 안 가면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1등 대회인 마스터스에 대해 신경 쓰고 쏠림은 더욱 커진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깃발 꽂힌 천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다소 귀족주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 마스터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골프계는 오거스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오거스타가 정한다.

<오거스타에서>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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