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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경지 오른 NC 양의지, 이제는 수식어 필요없는 '더 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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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NC 다이노스 양의지.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더 캐처.’

수식어가 없어도 될 정도다. ‘125억원의 사나이’ 양의지(32·NC)가 또 진화했다. 강점인 수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깊이가 생겼다. 상대 벤치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흐름을 거머쥐는 능력은 홀로 대군과 맞서는 무사의 느낌이다.

양의지는 지난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포수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줬다. 덕분에 KIA는 경기 초반과 종반 득점 기회에서 작전 실패로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3회말이었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볼넷으로, 최원준이 좌전안타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1-0 리드를 안고 있던 양의지의 ‘야구 지능’은 이 때 빛을 발했다. 100% 번트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양의지는 초보 선발 투수 박진우에게 초구에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잠수함 계열인 박진우는 한가운데를 보고 던져도 좌타자 몸쪽으로 휘면서 떨어진다. 좌타자가 잠수함 투수의 슬라이더에 번트를 대면 역회전이 걸릴 확률이 높은데 양의지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번트타구는 배터박스 바로 앞에 떨어져서 제자리에 머물렀다. 돌 줍듯 볼을 집어든 양의지는 두 번 생각없이 3루로 향하던 1루주자를 지웠다. 가뜩이나 타선 침체로 고전 중인 KIA 입장에서는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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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양의지가 몸을 풀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1사 1, 2루에서 안치홍을 맞이한 양의지는 변화구 두 개로 볼카운트 1-1을 만들었다. 마운드에 초보 선발투수가 서 있다는 점, KIA 타선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안치홍이 볼카운트 1-1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 타이밍이었다. KIA는 ‘수순대로’ 더블스틸을 시도했고, 스타트를 완전히 빼앗겼다고 판단한 양의지는 지체없이 2루로 쐈다. 여유가 없는 포수였다면 3루로 던지거나 던지는 시늉만 했을텐데 송구는 빠르고 정확했다. 류승현은 횡사했고, 안치홍은 1루수 땅볼로 돌아갔다. 무사 1, 2루 위기에서 상대가 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을 봉쇄한 순간이었다.

8회말에도 그랬다. 선두타자 최원준이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냈다. 한 점이면 결승점인 상황. KIA 벤치는 좌타자인 류승현 대신 유재신을 대타로 내세웠다. 작전수행 능력면에서는 류승현보다 비교 우위라는 벤치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유재신은 최근 A형 독감에 걸려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었다. 벤치멤버라고 해도 매일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고 훈련에 동참했을 때와는 경기감각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NC 김진성은 양의지가 요구하는대로 양쪽 보더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공으로 번트를 ‘대주는 척’했다. 초구 번트가 파울이 됐고, 볼 두 개를 골라낸 뒤 다시 댄 번트가 또 파울이 되자 그라운드 기류는 NC쪽으로 기울었다. 유재신의 감각으로는 김진성이 던지는 빠른 공에 대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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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배재환이 경기 후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무사 2루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KIA 선수들의 조급함을 양의지가 볼배합 강약 조절로 극대화시켰다. 흐름을 읽고 타석에 서 있는 타자의 컨디션뿐만 아니라 상대팀 분위기, 벤치의 성향 등을 두루 고려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어린 투수들을 끌어가는 포수가 가져야 할 최상위 능력이다. 겉으로는 국내 최고 포수라는 찬사에 손사래를 치지만 양의지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 연봉자인데 밥값은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비록 연장 10회 혈투끝에 최형우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내줬지만 약한 투수진을 끌어가는 양의지의 뚝심이 NC의 숨은 힘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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