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키움 포수 박동원.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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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원은 지난해 5월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KBO리그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받았다. 지난 2015년부터 키움의 주전 포수로 도약한 박동원은 통산 타율 2할 중반대에 두 자릿 수 홈런을 치는 한 방이 있는 선수였다. 개인에겐 선수 생명의 위기였고, 팀에게는 커다란 전력 손실이었다.
하지만 박동원은 지난 1월 무혐의 처분을 받고 참가활동정지 제재도 풀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올 시즌 복귀하게 됐다. 지난 10일 KT와 홈 경기에서 올해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무려 11개월 만의 실전 무대였다.
박동원은 신예 선발 안우진과 첫 배터리 호흡이었지만, 무난한 리드로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고, 안우진의 시즌 첫 승을 도왔다. 박동원은 타석에서는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박동원은 "(안)우진이와 첫 호흡이었는데 잘 던져줘서 고맙다. 지난해 TV 중계로 우진이의 투구를 봤는데 장점이 굉장히 많은 투수였다. 원하는 구종을 던지게 하는 등 더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박동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장 감독은 "안우진도 잘 던졌지만, 박동원 칭찬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준비를 철저하게 했더라. 안우진이 박동원의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많지 않았다"면서 "박동원의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동원은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죄송하다" "감사하다"란 말을 많이 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힘든 시기였나'라고 묻자, "솔직히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였다. 살도 많이 빠졌다"면서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지난해 팀이 잘하고,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며 숙연하게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선수들이 다 모였을 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선수들이 잘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빠지면서 키움은 지난 시즌 신예 주효상(22)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우면서 운영이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바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포수 이지영(33)을 데려왔다. 박동원이 올해도 못 뛸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박동원이 돌아오면서 1군에서 활용할 포수 자원이 3명이나 됐다. 장 감독은 "3명 모두 주전으로 기용하겠다. 잘 맞는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동원은 '주전 포수'란 단어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는 "(이)지영 형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이제 욕심이 없다. 야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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