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시립 골프코스. 성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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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세계 골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클럽이다. 그러나 나이로 치면 오거스타 골프장 3형제 중 막내다. 세 골프장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얽혀 있다.
오거스타 컨트리클럽(ACC)은 “기록상으론 1899년, 실제로는 이보다 1, 2년 먼저 생겨 미국 최초 골프장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휴양 도시였던 오거스타 벨 에어 호텔 부속 9홀 골프장으로 시작됐다.
최고 권위 오거스타 내셔널이 역사로 보면 막내격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프로 데이비드 오길비는 취업 제안을 받고 플로리다로 가던 중 오거스타의 자연에 반해 눌러앉았다. 오길비는 본 에어 골프장의 헤드 프로가 됐고 이를 18홀로 늘렸다.
이를 계기로 프라이빗 클럽인 ACC가 됐다. 1930년대 여자 메이저대회였던 타이틀 홀더스 챔피언십도 개최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코스 관리가 잘 돼 있고 지역 명문 프라이빗 클럽으로 위상이 굳건하다. 최대 전장은 6947야드다.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 [ACC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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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비는 1928년에는 오거스타 시립 골프장도 설계했다. ACC는 이후 몇 차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했지만, 오거스타 시립 코스는 그렇지 않다. 관리도 부실하다.
그러나 이때문에 90년 전 골프장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블루티 기준 6000야드인 전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짧지만 업힐, 다운힐, 좌우 도그레그가 있는 재미있는 코스다. 파 3홀은 방향이 모두 다르고 거리도 다양했다.
특히 그린이 흥미롭다. 폭과 길이가 10m 남짓한 정도로 작고, 볼록 솟아 있다. 그린에 올리기가 쉽지 않고 그린 주위 쇼트게임도 만만치 않다.
개보수 거의 안 한 시립 코스엔 90년 전의 정취가
오거스타에 사는 교포 조명환씨는 “애틀랜타에서 골프 잘 친다는 사람들이 짧은 코스라고 어깨에 힘주며 왔다가 작은 그린 때문에 엄청나게 당하고 돌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역 소형 공항이 바로 옆에 있어 경비행기가 가끔 뜨고 내린다.
마스터스를 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세 골프장 중 가장 늦은 1934년에 문을 열었다. 이름에 ‘내셔널’을 붙인 이유는 오거스타 지역 클럽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회원을 받는 전국적인 클럽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거스타 시립 골프코스. 성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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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회원은 1800명이었는데 대공황으로 인해 100명도 안 찼다. 창립자인 바비 존스와 클리퍼드 로버츠는 “공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할 줄 알았다면 클럽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자금난에 빠진 오거스타 내셔널은 코스의 명성을 높여 회원을 받기 위해 US오픈을 유치하려 했다. 그러나 US오픈 주최 측은 대회가 열리는 6월 오거스타는 너무 덥다며 거절했다. 당시 바비 존스의 제안을 거부한 사람은 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다.
US오픈 개최가 좌절된 오거스타 내셔널은 대안으로 독자적인 이벤트 대회를 만들게 됐다. 그것이 마스터스다. 은퇴했던 슈퍼스타 바비 존스가 이 대회에서 복귀하면서 미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지금의 마스터스로 성장했다.
한 동네 코스라 이런저런 사연으로 얽혀
마스터스는 워낙 큰 이벤트여서 지역의 모든 골프장을 영향권에 뒀다. 지역 명문 클럽인 ACC도 예외는 아니다. 외부인에 개방 안하는 프라이빗 클럽인데도 마스터스 기간 “세계 최고 선수들의 경기 소리를 들으며 라운드할 수 있는 유일한 클럽”이라며 비싸게 라운드권을 판다. 마스터스 기간 중 VIP들이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거스타 내셔널과 AAC는 붙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쪽에서 보면 아멘코너가 접경이다. ACC에서 잘못 친 샷이 오거스타 내셔널 12번 그린과 13번 티잉그라운드에 날아오기도 한다.
아멘코너인 13번 홀 그린. 오거스타 내셔널은 13번홀 전장을 늘리기 위해 ACC땅 일부를 거절할 수 없는 가격에 샀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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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의 공동 창립자 클리퍼드 로버츠는 “내가 살아 있는 한 마스터스에서 골퍼는 모두 백인, 캐디는 모두 흑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1980년대까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는 흑인만 캐디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오거스타 시립 코스에서 골프를 배웠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시립 코스를 이용하는 골퍼는 흑인이 가장 많았다. 시립코스는 평소 월 65달러, 연 720달러만 내면 무제한 라운드할 수 있지만 대목인 마스터스 기간에는 이용이 제한된다. 이때 그린피는 60달러(세금 제외)로 한 달 무제한 이용권과 비슷하다. 이때 번 돈이 시립코스를 운영하는 버팀목이 된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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