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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스포츠 포커스] 똑같은 상황인데, 한쪽만 '수비 방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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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피트 라인' 오락가락 판정 논란]

타자주자가 홈서 1루로 진루 때 둘다 파울라인 안쪽서 달렸는데

보내기 번트·수비방해 아웃 등 그때그때 다른 판정에 불만 커져

지난 13일 프로야구 LG―두산전. 4―2로 앞선 LG의 7회 말 공격 무사 1·2루에서 김민성이 희생번트를 댔다. 두산 투수 윤명준이 1루에 공을 던져 1사 2·3루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구심은 '3피트 수비 방해' 규정을 적용해 타자를 아웃시키고 2·3루를 밟은 LG 주자들을 1·2루로 돌려보냈다. '3피트 라인'은 타자가 타격 후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면서 야수들의 수비를 방해하지 않도록 설정해 놓은 구역이다. 구심은 김민성이 1루로 달릴 때 파울 라인 안쪽으로 뛰며 윤명준의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일 삼성―LG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지만 전혀 다른 판정이 나왔다. 1―1로 맞선 5회 초 무사 1루에서 삼성 박한이가 번트를 댔고, 1루에서 아웃됐다. 그사이 1루 주자는 무사히 2루에 안착했다. 박한이는 1루 베이스를 밟을 때까지 내내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렸지만 심판 중 누구도 '송구 방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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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한국야구위원회) 야구 규칙엔 '타자주자가 홈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릴 때 파울 라인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했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아웃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3피트 라인은 홈~1루(90피트·27.432m)의 중간인 45피트 지점부터 시작해 1루 까지다. 타자주자가 중간 45피트 지점을 지난 다음에도 파울 라인 안쪽에 있다면 수비 방해로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리그에서는 그동안 주자의 수비 방해 행위가 여러 차례 발생해 논란이 일었고, 10개 구단 감독들이 지난해 말 모여 "올해 해당 조항을 더 엄격히 적용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3피트 라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까지 3피트 수비 방해로 물러난 사례는 총 네 번. LG와 KT 선수에 두 번씩 적용됐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판정이 오락가락하면서 현장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건 이해하지만, 일관성이 떨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지난 6일 KT―LG전에서도 KT 심우준이 번트 후 1루를 밟을 때까지 파울 라인 왼쪽으로 달렸다. 류중일 LG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3피트 수비 방해'를 주장했지만, 당시 심판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 직후 심판조장인 전일수 심판이 "다시 확인해 보니 수비 방해가 맞는다"며 오심을 인정했다.

선수들도 엄격한 규정 적용에 아직 익숙지 않은 모습이다. 두산 류지혁이 지난 16일 잠실 SK전에서 번트를 대고 파울 라인 안쪽으로 달리자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은 "중간 지점을 넘어서야 (파울)라인 바깥으로 나오는 게 보인다. 타이밍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3피트 논란'에 대해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수비 방해 여부를 판단하는 건 심판 재량이지만, 원칙적으로 타자주자는 파울 라인 안쪽으로 뛰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심판에 따라 판정이 오락가락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라인 안쪽으로 뛰면 무조건 수비 방해 아웃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10개 구단은 다음 달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3피트 수비 방해 규정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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