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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기량보다 멘탈, 양승철에게 필요했던 땅볼러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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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19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KIA 선발투수 양승철이 3회 상대 김민성에 만루홈런을 허용한 후 외야를 바라보고 있다. 2019. 4. 23.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누구에게나 프로무대 첫 선발 등판은 힘들다. 대다수 투수들에게 첫 선발 등판을 평생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첫 선발 등판부터 호투하는 경우가 적으며 실패를 통해 자신의 과제를 뚜렷히 파악하게 된다.

KIA 대졸 신인투수 양승철(27)도 그랬다. 만만치 않은 선발 데뷔전에서 실점하기 전까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으나 실점 후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다. 충분히 땅볼을 유도하기 용이한 구종을 갖고 있고 꾸준히 땅볼을 유도했음에도 실점을 했다는 부담감이 3회말 6실점이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구사한 양승철은 대부분의 구종이 우타자 몸쪽으로 강하게 움직인다. 어느정도 코너워크만 동반되면 땅볼을 통해 꾸준히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양승철은 모든 투수에게 가장 어려운 첫 이닝을 땅볼을 유도해 잘 마쳤다. 1사 2, 3루 위기서 3루 땅볼과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실점을 피했다. 그리고 2회말에는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문제는 3회말이었다. 이천웅에게 던진 포크볼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된 후 급격히 무너졌다. 볼넷 2개로 2사 만루로 몰렸고 유강남에게 던진 무빙 패스트볼이 내야진 가운데를 가르며 2실점했다. 외야까지 강하게 나가는 타구가 아닌 흔히 말하는 코스 안타였다.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들은 코스 안타를 피안타로 생각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그렉 매덕스를 비롯해 키움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 또한 “무빙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 째는 너무 완벽하게 코너워크하지 말 것, 두 번째는 땅볼 안타도 네 승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철은 유강남에게 땅볼을 유도한 것보다 적시타를 허용한 것에만 집중한 듯 멘탈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음타자 박용택에게 내리 볼 4개를 던져 다시 만루로 몰렸고 김민성에게 만루포를 허용했다. 김민성 다음 타자 김용의도 볼넷으로 출루시킨 양승철은 정주현을 가까스로 삼진처리하며 악몽 같은 3회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4회말을 앞두고 이준영과 교체되며 통산 첫 선발 등판을 마무리했다.

올시즌 KIA는 투수진에 새 얼굴이 부쩍 늘었다. 이날 엔트리만 봐도 절반 이상이 이제 막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투수들이다. 코칭스태프는 이 투수들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뚜렷히 돌아볼 수 있게 조언해야 한다. 양승철이 유강남과 승부에서 진 게 아니라는 것, 양승철이 패한 것은 유강남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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