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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엇갈리는 일당백 플레이어…행복한 로페즈, 외로운 세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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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2:1로 승리를 이끈 로페즈가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고 있다. 로페즈는 최근 귀화 의사와 함께 대표팀에서도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바있다. 2019.4.24/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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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전북현대의 로페즈와 대구FC의 세징야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이 각 팀의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위에 오른 이들이다. 로페즈는 '올 시즌 가장 큰 활약을 펼칠 외국인 선수'로, 세징야는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에 꼽혔다. 선수가 인정한 선수인 셈이다.

공히 브라질 선수 특유의 기술은 물론 빠른 스피드와 강한 몸싸움, 정확한 슈팅 등 K리그에 최적화된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다. 동료들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묵직한 결정력까지 갖췄다. 현재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면서 동시에 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많은데, 역시 직접 부딪혀본 이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올해도 두 선수는 펄펄 날고 있다.

로페즈는 올 시즌 정규리그 8경기에 모두 출전해 3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경기 MVP 2번, 라운드 MVP 2번 등 여전하다.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심에 로페즈의 활약이 있다. 호화군단 전북 스쿼드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선수다. 지난 24일 우라와 레즈와의 ACL 조별리그 4차전이 로페즈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한 경기였다.

이날 로페즈는 전반 11분 과감한 개인전술에 의한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는 정확한 크로스로 김신욱의 추가골을 어시스트, 2-1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던 두 장면을 포함, 경기 내내 우라와 수비진을 괴롭혔다. K리그에서는, 아시아 무대에서는 혼자서 로페즈를 막기 버겁다.

세징야 역시 8라운드까지 전 경기에 나서 3골 4도움을 작성, 대구FC의 초반 선전을 이끌고 있다. 경기 MVP 1회, 리그 베스트11 2회 등 로페즈 버금간다.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ACL과 정규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시민구단 대구가 얇은 스쿼드에도 불구하고 선전(K리그 4위, ACL 조별리그 3위/이상 25일 현재)하고 있는 배경에 세징야가 있다.

에드가-김대원과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 대구FC가 자랑하는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의 핵심인 세징야는 그야말로 전천후 폭격기처럼 필드를 누비고 있다. 파울로 끊어내기도 상대로서는 부담스럽다.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프리킥으로 심심치 않게 골망을 흔드는 터라 미리 차단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로페즈도 세징야도 '일당백 플레이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두 선수 중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한 저울질이 아니다. 팀의 사정 때문이다. 세징야는 진짜로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크고, 로페즈는 빛나는 동료들 사이에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뉴스1

23일 대구 북구 고성동 포레스트 아레나(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 대구FC와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경기에서 대구FC 세징야가 생각에 잠겨있다. 2019.4.2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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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였던 대구의 행보는 다소 불안하다. 대구는 지난 23일 홈에서 열린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ACL F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전반에 내준 실점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해 0-1로 졌다. 지난 10일 히로시마 원정에서 0-2 패배를 당한 뒤 2연패이고, 든든한 기운을 선사해주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선 첫 패배다.

멜버른 원정으로 펼쳐진 1차전과 아시아의 공룡클럽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던 대구는 2연패와 함께 조 3위로 떨어졌다. 순위보다 아픈 것은 에이스 세징야의 부상이다. 이날 세징야는 후반 32분 교체 아웃됐는데, 스스로 허벅지 뒷근육을 잡고서 찌푸린 얼굴로 나왔다.

전북이나 울산이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ACL과 정규리그를 병행하는 것과 달리 스쿼드가 두껍지 않은 대구는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계속 필드를 밟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세징야는 매 경기 두 사람 몫으로 싸웠다. 4라운드부터는 주포 세드가가 부상으로 빠졌었기에 비중이 더 컸다. 그런 와중 발생한 과부하라 안드레 감독도 고민이 깊다. 축구는 계속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다.

반면 로페즈는 자신만큼 뛰어난 동료들인 김신욱-이동국-손준호-이승기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상대에게는 부담을 주는, 스스로는 즐거운 축구를 하고 있다. 로페즈만 막자니 다른 선수들이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을 신경 쓰면 로페즈가 직접 창을 던진다. 최근에는 한국으로의 귀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축구 팬들의 적잖은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모로 행복한 로페즈다.

두 선수 모두 단기필마로 적진을 휘저을 수 있는 매서운 장수 느낌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진짜 홀로 싸우면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다. 두 선수 똑같이 뛰어난 능력을 갖췄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로페즈가 부러울 세징야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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