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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축구 감독 ‘경질 시계’ 왜 이렇게 빨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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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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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데르센·포항 최순호 감독

38라운드 중 7·8경기 치르고 퇴진

K리그 승강제·스플릿제 도입 후

경질 많아지고, 시기도 빨라져

환기 ‘효과’…책임 전가 ‘부작용’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 자리는 흔히 ‘파리 목숨’에 비유된다. 팀 성적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인 만큼 부진에 빠질 경우 보장된 계약 기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 팀을 27년간 지휘했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처럼 ‘장수파’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다.

2019 K리그1은 어느 시즌보다 빨리 ‘감독 경질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감독이 가장 먼저 낙마했고, 22일에는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이 중도 퇴진했다. 시즌 전체 38라운드에서 각각 7경기와 8경기만 치르고 물러난 것이다. 지난해 FC서울 황선홍 감독이 10경기, 인천 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이 12경기 이후 떠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시기가 훨씬 빨라졌다.

프로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감독 임기를 채우기 쉽지 않은 걸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2018~2019 시즌에 로페데기, 솔라리를 거쳐 지네딘 지단이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는 등 시즌 중에도 여러 명의 감독이 바뀌었다.

축구에서 감독 경질이 많은 것은 종목의 특성과 리그 환경이 함께 맞물린 데에서 기인한다. 축구는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리그 순위에 따라 대륙별 대회 출전권 등이 걸려 있다. 각 팀마다 좇아야 할 목표가 선명하다. 팀이 예상한 행보와 다른 결과가 이어질 경우 빠르게 감독을 경질하는 것이다. 축구는 전술을 짜고 팀 분위기를 만드는 감독의 역할이 워낙 커서 문제가 생길 경우 빠르게 감독 교체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K리그도 감독 경질이 많아지고 그 시기가 빨라지기 시작한 것은 1·2부 승강제와 1부리그에 상·하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다. 제도 초창기에는 일부 부진한 몇몇 빅클럽들이 감독 경질을 해왔으나 점차 시·도민 구단까지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1부리그 12개팀 가운데 5개팀 감독이 시즌 중에 바뀌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리그의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구단으로서는 감독을 쉽게 경질할 조건이 더 많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는 특히 최근 기업 구단들이 점차 위축되는 가운데 리그 상하위 팀 간의 전력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순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 번 밀릴 경우 쉽게 순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감독 경질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진한 구단은 감독 경질로 팬들의 여론을 환기하고 선수단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를 노린다.

프로 세계에서 감독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구단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교체를 단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팬들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이 성적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전가하고 감독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 축구인은 “투자도 하지 않은 구단들이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고 프런트의 힘만 강화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구단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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