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1 (토)

'닥터K'로 진화한 괴물 #제구 #완급조절 #수싸움 #멘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선발로 나선 류현진이 역투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홈런을 맞는게 낮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다저스)의 확고한 철학이다. 올시즌 5차례 등판에서 모두 홈런을 허용했다. ‘절친’ 강정호(피츠버그)와 7년 만의 맞대결로 눈길을 끈 지난 27일(한국시간) 등판에서도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조쉬 벨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홈런을 많이 내주는 탓에 피장타율은 0.467로 2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64명 중 51위로 하위권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출루율은 0.262로 역시 2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중 8위다. 홈런을 맞아도 주자를 쌓아두고는 잘 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교한 제구에 타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볼배합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다저스타디움에서 7년 여 만에 류현진과 맞대결 한 강정호는 “체인지업에 대비를 하고 타석에 임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훨씬 좋았다. 6회초 안타를 때려냈을 때에는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을 던지더니 풀카운트에서 몸쪽 컷패스트볼을 던지더라. 나한테 한 번도 던지지 않던 구종을 풀카운트에서 던져 깜짝 놀랐다. 운이 좋아 안타가 됐지만 수 싸움에서는 완패”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올해 류현진은 볼배합을 주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포수 사인에 고개를 여러차례 흔들거나 타임을 거는 등 경기 운용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삼진 16.2개당 볼넷 1개꼴로 나타난다. 올시즌 5경기에서 27.1이닝을 던져 볼넷은 단 두 개만 내줬다. 삼진 33개를 솎아내며 ‘컨트롤 아티스트’ 명성을 재확인했다. 내셔널리그에서 2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류현진보다 삼진/볼넷 비율이 높은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워싱턴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도 10.8에 불과(?)하다.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등 빅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도 삼진/볼넷 비율이 7.0이다. 27일 경기에서도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고 자신의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인 삼진 10개를 빼앗아냈다. 류현진이 두 자리수 삼진을 잡아낸 것은 2014년 7월 14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1748일 만이다.

류현진의 올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0.4마일(약 145㎞)로 빅리그 평균인 93.2마일(약 150㎞)보다 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구와 수싸움을 동반하면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지 않아도 강한 구위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류현진은 “볼넷은 공짜로 타자를 내보내는 일이다.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선점하고 나면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유혹하고 몸쪽 컷 패스트볼, 높거나 낮은 두 가지 유형의 커브 등을 적절히 섞어 시선과 타이밍을 모두 흔든다. 9이닝당 10.9개꼴로 삼진을 잡아내 ‘닥터K’로 거듭난 배경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