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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10년 전 양용은에 역전패...우즈 몰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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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챔피언십 오늘 밤 개막

양, 2009년 우즈 메이저 불패 깨

미국 스포츠서도 손에 꼽는 이변

양용은 “우즈 태도 살갑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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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PGA 챔피언십 양용은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우즈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3타 차로 역전패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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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의 제국은 몰락했다. 25일 스캔들 보도가 나왔고, 이틀 뒤 새벽 우즈의 자동차 사고가 났다. 이후 10명이 넘는 여인의 증언이 나왔다. 우즈 집 위로는 방송국 헬리콥터가 날아다녔고, 집 앞에는 위성 안테나를 단 방송국 트럭들이 장사진을 쳤다. 우즈는 “무기한 골프에서 떠난다”고 선언하고 잠적했다. 이후 이혼, 거듭된 부상과 수술, 약물중독, 칩샷 입스, 음주운전 혐의 체포 등 악재가 겹쳤다. 우즈는 올해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냈다.

우즈 몰락의 시발은 스캔들이 아니었다. 2009년 8월 열린 PGA 챔피언십도 큰 분수령이라고 봐야 한다. 우즈는 이전까지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14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동료들은 “우즈와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하는 건 마취 없이 수술받는 것과 같다”고 푸념했다. 그 정도로 우즈는 강했다.

그 우즈가 10년 전 PGA 챔피언십에선 양용은(47)에게 역전패했다. 전조가 있었다. 2라운드가 끝난 뒤 우즈는 4타 차 선두였다. 한 기자가 우즈에게 “혹시 메이저 대회에서 긴장해서 경기를 망친 적 있나요”라고 물었다. 당시 골프 황제는 역전당할 리는 만무했고,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물정 모르는 지역 신문 기자가 멋모르고 한 질문이었다. 우즈는 대답 대신 그를 노려봤다. 분위기가 썰렁했다. 사회자는 “그런 일 없었다는 거지요”라고 말을 돌렸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를 2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스포츠 베팅업체는 우즈의 배당률을 3-2로 정했다. 우즈가 우승하면 건 돈의 1.5배를 준다는 뜻이다. 양용은의 우승 배당률은 125배였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로 출발할 때는 20배였다.

우즈는 특유의 심리전으로 양용은을 흔들었다. 투명인간 취급, 리듬 빼앗기, 갤러리 소란하게 하기 등이다. 양용은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우즈가 작전을 쓰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위축되지도 않았다. 두 선수가 경기 시간이 늦어 경고를 받았을 때 양용은 “내가 아니고 저 사람 때문”이라고 했다.

짧은 파 4홀인 14번 홀에서 양용은이 칩인 이글을 해 선두에 나섰다. 우즈의 표정이 구겨졌다. 우즈의 파 5인 15번 홀 두 번째 샷은 뒤땅이었다. 우즈는 마지막 4개 홀에선 평소 너끈히 성공하던 퍼트를 넣지 못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유난히 강했던 우즈는 이날 보기를 5개(버디 2개)나 하면서 75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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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는 양용은. [AFP=연합뉴스]


양용은과 우즈의 대결은 미국 스포츠에서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무명 버스터 더글러스에게 KO로 진 것에 필적한다. 이 충격에 우즈라는 견고한 성은 심각한 균열을 일으켰다.

그 틈으로 부정적 생각들이 스멀스멀 들어갔다. 우즈는 이후 달라졌다. 경기장에서 드라이버를 던지는 일이 잦았다.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석 달 뒤 스캔들이 터졌다. 호주 대회에 불륜 상대를 동반했다가 파파라치에 발각이 됐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우즈의 불륜 사실이 들통이 난 게 처음은 아니었다. 이에 앞서 2007년에도 우즈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러나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우즈는 해당 미디어에 소송하겠다고 협박하고, 타블로이드사의 계열사인 헬스 잡지에 독점 인터뷰를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이를 무마했다.

만약 우즈가 양용은을 꺾고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면 어땠을까. 우즈의 힘이 꺾이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스캔들 보도를 막았을 가능성도 있다. 스캔들과 역전패는 모두 2009년 하반기에 나왔다. 두 사건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올해는 양용은-우즈의 결투 10주년이다. PGA 챔피언십은 16일 밤(한국시각) 미국 뉴욕시 인근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에서 개막한다. 재기한 우즈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대회에 출전하는 양용은은 15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우즈가 아는 척을 하긴 하는 데 그리 살갑지는 않다. 10년 전에는 역전 우승했으니 이번에도 기회는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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