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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먹는 것 빼고 다 바꾸니, 밥 먹듯 이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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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MLB 방어율 1위, NL 다승 1위… 류현진, 올 시즌 달라진 비결

세계에서 야구공 제일 잘 친다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요즘 류현진(32·LA다저스) 앞에서 작아진다. 공이 무시무시하게 빠른 것도 아닌데 점수를 못 낸다. 삼진이나 땅볼이 기본이고, 운이 좋아야 간혹 안타다. 볼넷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지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메이저리그 1위 류현진

류현진은 20일(이하 한국 시각)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경기를 7이닝 무실점으로 마쳤다. 다저스가 8대3으로 이겨 8개월 만에 원정 경기 승리를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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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훈 선수에겐 오지창 - LA다저스에선 최근 '오늘의 수훈 선수(Player of the game)'가 되면 오지창(五枝槍)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전통이 새로 생겼다. 지난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완봉승을 달성한 류현진이 팀 동료 저스틴 터너(오른쪽)와 함께한 모습. /LA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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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이날 최고 시속 93마일(약 150㎞) 직구와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레즈 타선에 5안타 1볼넷만 내줬다. 삼진은 5개 잡았다. 투구 수 88개. 이닝당 평균 12.6개의 공을 던졌다. 투수가 공을 많이 던졌느냐 적게 던졌느냐를 가늠하는 기준은 이닝당 15개다.

류현진은 5월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 0.28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회말 1점을 내준 후 7이닝 무실점 호투했고, 이후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9이닝·완봉승),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8이닝)에 이어 이날 레즈전까지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경기 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항목에 여럿 올랐다. 평균자책점(1.52)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9이닝당 볼넷 수 등 투수의 '짠물 투구' 평가에서 단연 선두다. 시즌 6승을 챙겨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먹는 것 빼고 다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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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활약이 그냥 나올 리 없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다. 류현진의 적은 부상(負傷). 어깨와 팔꿈치 수술로 2년을 재활했고 작년엔 사타구니 통증으로 3개월 쉬었다. 올해 류현진은 최근 3년간 겨울 훈련을 함께 했던 김용일 트레이너를 전담 코치로 아예 모셨다. 김 코치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류현진과 온종일 붙어 다니며 그의 몸을 점검한다. 김 코치는 18일 전화 통화에서 "현진이가 부상 후유증으로 몸이 딱딱한 편이라 마사지와 스트레칭에 특별히 신경 쓴다"고 했다.김 코치는 류현진이 던지는 공의 구속만 봐도 몸 상태를 안다. 둘이 서로 기합 넣고 손뼉을 치면서 '으�으�' 즐겁게 훈련하는 모습은 다저스 훈련장의 명물이 됐다.

◇"올 시즌 끝까지 뛰며 20승 할 것"

천재가 노력하면 무섭다. 류현진은 구대성에게 익힌 체인지업을 한 달도 안 돼 실전에서 쓸 만큼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30곳 내부 동선을 꿰고 있고, 등판 1~2일 전 구단 전력분석팀이 건네는 내용도 보자마자 대부분 외운다. 기보 달달 외우고 대국하는 프로 바둑 기사처럼 야구를 하던 류현진이 작년부터는 수첩을 추가했다. 경기 당일 포수, 투수코치와 회의하기 전 미리 영상 자료를 훑으며 자신만의 파해법(破解法)을 머릿속에 심는다. 경기 중에도 수첩을 수시로 들춰본다. 답안지 외우고 시험지 받아드는 학생처럼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치솟는 이유다.

류현진은 이제 투구 루틴도 철저히 챙긴다. 잘 던졌던 경기 때 준비했던 내용을 반복한다. 경기 시작 6시간 전 야구장으로 가 최소 2시간 이상을 마사지와 스트레칭에 쓰고, 가벼운 달리기와 캐치볼을 순서대로 한다. 연습 투구 개수도 호투했을 때와 똑같이 맞춘다. 예전엔 등판 전 불펜 피칭을 줄이는 것 이외엔 별다른 루틴이 없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0승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단 건강해야 한다. 류현진이 경기 도중 투구판 위에서 갑자기 다리를 들었다 푸는 모습은 그가 자신의 몸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뛴다는 증거다. 그는 지난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2회말 몸에 이상을 느껴 스스로 내려왔다. 예전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경미한 부상을 철저하게 짚고 간다. 김 코치는 "근육 강화 훈련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큰 부상을 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독한 노력파' 류현진이 안 바꾼 게 딱 하나 있다. 먹는 것. 음식만큼은 내키는 대로 먹는다. 원정 경기를 가면 도시마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트레스를 푼다. 김 코치는 "현진이가 지켜보기 짠할 정도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모습에 나도 깜짝 놀랐다"며 "그래서 먹는 것만큼은 잔소리 안 하고 싶다"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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