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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어나더 레벨' 이강인, 몸값 올라가는 소리 들린다[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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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루블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이강인(18·발렌시아)을 위한 판이 깔리고 있다.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 2001년생으로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에이스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 1~3차전 기록을 살펴보면 이강인의 활약상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 업체 스포츠매틱스 자료에 따르면 이강인은 세 경기에서 총 12회의 챌린지패스를 기록했다. 챌린지패스란 평범하거나 쉬운 패스가 아니라 공격 창출 기회로 직접 이어지는 도전적인 패스를 의미한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창조적이면서도 과감한 패스를 경기당 평균 4회나 구사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어려운 패스를 자주 시도했음에도 패스 성공률이 76.6%로 낮지 않았다.

볼 터치 횟수를 보면 이강인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3차전 세 경기에서 이강인은 총 584회 공을 만졌다. 팀 전체 볼 터치 횟수 2966회 중 무려 19.6%를 이강인이 점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도중 공을 가장 많이 터치하는 선수는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다. 후방에 자리하고 있어 비교적 상대 압박을 덜 받는 포지션이고 공격의 시발점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강인처럼 상대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는 선수는 집중견제 대상이라 상대적으로 볼 터치 횟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강인은 동료들보다 훨씬 많은 볼 터치 횟수를 기록하며 팀을 지탱하고 있다. 남아공, 아르헨티나전을 관전한 폴란드 기자는 이강인을 향해 “다른 레벨(another level)의 선수”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강인에게 이번 월드컵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무대다.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구상에서 멀어져 있는 이강인은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 팀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임대든 완전이적이든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에서 잘해 더 좋은 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말하는 좋은 팀이란 단순히 팀의 위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맞으면서도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이 이강인이 생각하는 좋은 팀이다. 이강인은 이제 10대 후반이다. 발렌시아 같은 높은 수준의 팀에서 좋은 선수들과 1군에서 훈련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실전 경험을 쌓아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다. 이강인이 새 팀을 찾는 배경이다. 이강인의 바이아웃(이적허용금액)은 8000만 유로(약 1063억원)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완전이적은 쉽지 않은 큰 금액이다. 임대이적으로 무게가 쏠리지만 월드컵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에 따라 완전이적이나 옵션을 삽입한 임대이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유럽에서 열리는 만큼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 각 클럽들의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유망주 물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바이에른뮌헨과 파리생제르맹 같은 빅클럽 스카우트들이 한국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이미 이강인의 위상과 재능,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는 주로 독일이나 잉글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주요 클럽들이 이강인의 기량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스페인에서 이강인은 손 꼽히는 재목이다. 어릴 때부터 워낙 유명했던 선수라 어차피 어떤 선수인지 다들 알고 있다. 대신 이강인의 존재는 알지만 자세한 스타일, 잠재성, 현재의 기량 등을 자세하게 보고 싶어 하는 다른 나라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들이 한국 경기를 많이 보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회 도중 발렌시아 지역지에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클럽이 이강인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이강인은 대회가 끝난 후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을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이강인을 원하는 팀이 무더기로 나올 수도 있다. 16강 상대가 일본이고 승리할 경우 8강에서 나이지리아-세네갈전 승자와 격돌한다. 이강인이 개인기량에서 밀릴 만한 상대들은 아니라 지난 세 경기보다 더 빛날 여지가 있다. 이강인이 폴란드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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