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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A매치 데뷔’ 백승호의 눈물 “우시는 어머니 보고 더 열심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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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친선평가전이 끝난 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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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22ㆍ지로나)는 어머니 생각에 말없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친선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 13분 황의조(27ㆍ감바오사카)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코너킥 혼전상황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며 승리가 무산됐다. 하지만 대표팀은 7일 호주전과 다른 향상된 경기력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백승호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첫 성인대표팀 경기를 소화한 백승호는 만점 활약으로 벤투 감독과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벤투호에 승선한 이후에도 4경기 동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백승호는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증폭시켰다. 주세종(29ㆍ아산무궁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백승호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역습을 끊는가 하면 안정적인 볼 키핑과 넓은 시야를 이용한 패스로 빌드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진 백승호는 은퇴한 기성용(30ㆍ뉴캐슬)이 떠오를 만큼 완벽한 조율자 역할을 해냈다.

백승호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걸 듣고 어머니께 알려드렸더니 너무 기쁘시다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그 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데 어머니가 우시는 걸 보니…”라며 감정에 복받쳐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연신 옷깃으로 닦던 백승호는 “유럽에서 힘든 시즌을 보내는 동안 어머니가 항상 함께였다”며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이날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선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감독님이 중앙에서 공을 뿌려주는 역할을 하라고 하셨는데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백승호는 중앙에서 플레이할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며 “훈련 때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많이 설명해줬고, 오늘 기회를 결국 쟁취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강팀 이란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본인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줬다”며 “22세에 불과한 선수가 이런 경기를 보여줘서 놀랍다”고 덧붙였다.

백승호는 이날 후반 33분 주세종(29ㆍ아산무궁화)과 교체되며 78분의 짧으면서도 길었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백승호는 “풀타임을 뛰지 못한 건 아쉽다”며 “체력적인 모습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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