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2000 US오픈 우승트로피를 들고 있다. 우즈는 "다른 대회에서 스윙을 빌려서 했다면 이 대회에서는 스윙을 소유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완벽한 스윙을 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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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는 기자회견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미소를 보였다. US오픈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명문 코스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벌어진다.
19년 전인 2000년 US오픈은 대회 100회를 기념해 페블비치에서 열렸다. 우즈에게는 프로로서 딱 100번째 대회였다. 골프 역사상 최고의 퍼포먼스가 이곳에서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즈는 US오픈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언더파(-12)를 기록했고 2위와 15타 차로 우승했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12타 차 우승을 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에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우즈가 압도적인 우승 직후 스윙 개조에 착수한 것이다. 코치인 부치 하먼이 “이미 잘하고 있으니 적당히 스윙을 손보자”고 했지만, 우즈의 사전에 ‘적당히’는 없었다. 1999년 중반 우즈는 코치인 하먼에게 “이제 알았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새 스윙을 완전히 깨달았다는 의미다.
이후 매주 신이 내려와 PGA 투어에서 경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 이전까지 23개 대회에서 12승을 했다. 대회 직전 우즈가 얼마나 뛰어났는지에 대한 증언이 몇 개 있다. 우즈는 자신의 코치 부치 하먼이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 바람이 매우 강했는데 우즈는 63타를 쳤다. 370야드의 10번 홀에서는 1온을 해 이글을 했고 이후 소나기 버디가 나왔다.
라운드를 지켜본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도박 샵을 찾아 US오픈에서 우즈가 우승한다는 베팅을 했다. 당시 프로 전향을 앞둔 아마추어로 함께 라운드했던 아담 스콧은 “다른 프로 선수들도 저렇다면 나는 프로가 돼도 가능성이 없겠다고 여겼다”고 한다.
물론 PGA 투어 선수들이 다들 우즈 같지는 않았다. 폴 고이도스는 대회 직전 우즈와 연습라운드를 했다. 우즈는 12번 홀에서 195야드를, 마지막 홀에서는 230야드를 똑같이 4번 아이언으로 쳤다. 고이도스는 “우즈의 아이언은 놀랍다. 어떠한 라이에서도 거리를 완벽히 컨트롤한다”라면서 “우즈가 10타 차로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에서 3퍼트를 한 번도 안했고, 3m 이내 퍼트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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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97년 12타 차로 우승한 마스터스 첫 9개 홀에서 4오버파를 쳤다. 2000년 US오픈에선 처음부터 완벽했다. 첫날 6언더파 65타로 선두에 나섰다.
US오픈이 우승자 스코어가 이븐파 정도가 되도록 어렵게 코스를 만들고, 우즈가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인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스코어다. 우즈는 2라운드가 끝나고 타수 차를 6, 3라운드 후 10타 차로 벌렸다.
모두 US오픈 기록이었다. 우즈는 최종라운드에서도 점수를 지키지 않고 경쟁자들을 짓밟았다. 우즈에 대한 붉은 색 공포는 이때 시작됐다.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한 우즈의 ‘타이거 슬램’의 시작이기도 하다.
당시 공동 2위는 3오버파의 어니 엘스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였다. 엘스는 “나가기 전부터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즈의 퍼포먼스를 즐겼다”고 했다. 공동 2위를 한 미겔 앙헬 히메네스는 “우즈를 볼 좋은 기회였다”면서 “(우즈는 다른 세상에서 경기했으니) 나와 엘스가 연장전을 해야한다”고 농담을 했다.
티잉그라운드에서도, 페어웨이에서도, 그린에서도 우즈는 완벽했다. 특기할 점은 우즈가 3퍼트를 한 번도 안 했고 3m 이내의 퍼트는 모두 넣었다는 점이다.
페블비치는 그린 잔디가 포아애뉴아로 울퉁불퉁하다. 특히 짧은 퍼트가 힘들다. 우즈는 “이 잔디에서 3m 이내 퍼트를 모두 넣은 것은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를 이룰 수 있게 한 것은 롱게임이다. 항상 오르막 퍼트를 할 수 있도록 아이언샷을 친 것이 비결”이라고 했다.
2000 US오픈 최종라운드 11번 홀에서 우즈가 아이언샷을 치고 있다. 대회는 우즈가 역사상 최고의 아이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대회다. 연습장에서 동료들은 완벽한 우즈의 아이언샷을 구경했다고 전해진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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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US오픈은 다시 페블비치에서 열린다. 페블비치 개장 100주년 기념이다. 19년 전 100회 US오픈, 100번째 프로대회에서 마술을 보여줬던 우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당시 미국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한 로리 매킬로이는 TV로 우즈의 경기를 시청했다. 그는 “인생에 한 번 나올 대회. 이런 퍼포먼스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블비치=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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