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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U-20 월드컵 첫 결승행]하나라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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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못 뛴 이규혁 “못 뛰더라도 괜찮다” 목청껏 응원

막내 이강인이 처음 ‘원팀’이란 말 꺼내…서로 “고맙다”



경향신문



수문장 이광연(20·강원·사진)은 12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은 직후 자신에게 달려든 동료들에게 푹 안겼다. 첫 결승행을 지켜낸 화끈한 선방쇼에도 온몸을 두들겨 맞았지만 “그저 고맙다”고만 반복했다.

자신을 때린 두 동생이 대회 내내 1분도 뛰지 못하고 있는 후보 골키퍼 최민수(19·함부르크)와 박지민(19·수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두 선수의 태도는 각별하다. 이광연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광연은 “이 친구들은 제 앞에서 절대 (못 뛰는 것에) 티를 내지 않아요. 고맙고 또 미안하죠”라고 반복했다.

축구에선 1경기에 적으면 11명, 많아야 14명만 출전할 수 있다. 혹여 선수 중 누군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할 경우 팀 분위기는 순식간에 망가진다. 그런데 정정용의 아이들은 정반대다.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은 벤치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수비수 이규혁(20·제주)이 지난 5일 일본과의 16강전을 앞두고 “경기에 못 나간다고 표현하지 말자”며 후보 선수들에게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정우영(20·바이에른 뮌헨)의 대체 멤버로 발탁된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서 필드 플레이어로는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분도 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괜찮다”며 의연한 태도로 보인다.

처음 원팀이란 말을 꺼낸 것이 막내인 이강인(18·발렌시아)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2살이나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는 매번 형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에 ‘막내 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수비수 최준(20·연세대)은 “처음 (이)강인이가 원팀이라는 말을 꺼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규혁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로만 원팀이 아닌 진짜 원팀이 됐다”고 말했다. 역시 원팀을 외치는 정정용 감독(50)도 선수들의 이런 태도가 고맙기만 하다. 정 감독은 “우리 팀은 감독인 나부터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라고 말했다.

루블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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